라이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배경

  • 입력 2005년 1월 19일 16시 30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18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증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규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2년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의 일원으로 명명한 것에 비해선 다소 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북한 체제를 '폭정'으로 규정한 만큼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악의 축' vs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 발언은 이날 라이스 지명자 스스로 '결정적인 순간(defining)'이라고 표현한 '9·11 테러' 사건 직후인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악의 축'의 일원인 이라크가 건재한 시기여서 긴박성도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압제받는 민중'들을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은 미국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큰 그림(grand design)'을 설명하는 일종의 '수사학(修辭學)' 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초기지'라는 개념도 북한 등 6개국을 기점으로 해 독재정권이나 폭정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세계에 고립무원으로 산재(散在)해 있는 '1인 독재' 또는 '권위주의' 체제를 범주화(categorized)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지적.

실제로 북한, 미얀마, 쿠바 등이 서로 연계되어 세력화 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박영호(朴英鎬) 선임연구위원은 "증거를 찾기 어려운 대량살상무기(WMD)에 비해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은 국제사회에 덜 거부감을 주는 이슈"라며 "자유민주주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미국이 추진하는 국제질서에 걸림돌이 되는 나라들을 겨냥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부의 평가 및 북측의 대응여부=정부는 라이스 지명자의 발언이 커트 웰던 의원 등 미의회 의원외교단의 방북(11~14일)을 통해 조기 개최 가능성을 보이던 6자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시 웰던 의원은 "현재 북한은 두 가지 점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데 하나는 차기 미 행정부의 구성이며, 다른 하나는 워싱턴에서 북한과 지도부에 대한 비판발언이 나올 것인가 여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의 태도로 볼 때 폭정, 공포사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체제를 비난한 라이스 지명자의 발언을 불쾌하게 생각할 것에는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제는 외교의 시대이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비난성명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세계적 가치에 반대한다는 모습으로 비춰져 북한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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