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기업가정신 무장운동’ 나서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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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럽에는 빌 게이츠가 없는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7일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유럽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럽인들에게는 기업가정신이 부족해 벤처로 시작해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빌 게이츠 같은 성공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EU 회원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기 위한 EU의 대책을 담고 있다. ‘유럽의 빌 게이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럽에 빌 게이츠가 없는 이유=집행위가 꼽은 첫 번째 이유는 유럽인들의 ‘안정 추구 성향’이다. 유럽인의 30%는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은 16%에 불과했다.

고용보장 시스템이 발달해 일자리에서 쫓겨날 위험이 적은 것도 한 이유. 창업을 하지 않는 이유로 미국인의 10%가 ‘일자리 안정성’을 꼽은 반면 유럽은 24%가 이를 이유로 들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에선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미국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유럽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5%만 창업을 꿈꿔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미국인은 61%가 창업을 희망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유럽인들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면 창업하지 않는다’는 문항에 유럽인의 절반이 공감을 표시한 반면 미국인의 3분의 2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EU의 빌 게이츠 만들기=2010년까지 미국에 맞먹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둔 EU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가정신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 실행 계획’을 만들고 제도적 뒷받침을 할 계획이다.

우선 엄격한 파산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조사에서 유럽인의 45%는 파산을 두려워하고, 35%는 파산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유럽의 한 기업인은 “유럽에선 벤처를 했다가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 찍혀 재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실패에 따른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 가능성이 200%가 안 되면 위험에 몸을 내던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비해 정치적 상황이 경제 환경을 크게 좌우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이유로 꼽혔다. 기업가에게 지나친 세금을 요구하는 세제도 문제라고 EU는 분석했다.

EU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대학에서의 기업가정신 교육 강화 △파산법 등 관련 법규 개정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부족 현상 해소 등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펴 나갈 예정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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