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워치]만약 고베대지진이 도쿄를 덮친다면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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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쿄의 지하 동맥, 공동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히비야공동구 공사 현장. 도쿄=조헌주특파원
쓰나미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쿄의 지하 동맥, 공동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히비야공동구 공사 현장. 도쿄=조헌주특파원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집중된 도시 도쿄(東京)의 간선도로 지하 40m에는 전기, 전화, 가스, 상하수도망을 모아놓은 도시의 동맥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진 대책으로 20년 이상 추진해 온 ‘공동구(共同構)’가 최근 남아시아 지진 참사와 고베(神戶)대지진 10주년(17일)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쿄 미나토(港) 구의 관청가인 도라노몬(虎ノ門) 1번지 국도 1호선 교차로. 히비야(日比谷)공동구 건설현장 입구가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성 도쿄 국도사무소 아사코 가쓰히사(淺古勝久) 과장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를 한참 내려가니 홀연 딴 세상이 펼쳐졌다.

설계도면상 터널의 직경은 730cm라지만 육안으로는 훨씬 더 넓어 보였다. 끝 모르게 이어지는 거대한 원형 콘크리트 벽과 레일, 벽에 부착된 색색의 전선, 조명 장치, 공기 주입구 등이 마치 미래 지하도시를 그린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거창한 공사인데도 인부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굴착기를 전진시키며 물을 주입, 파이프로 토사를 뽑아내며 두께 30cm, 폭 120cm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조립해 터널 벽을 만드는 ‘실드’공법을 쓰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 평균 10m가량 전진하고 있다.

가메다 마나카(龜田眞加) 현장감독은 25명 안팎의 작업인원 가운데 홍일점이다. 대학에서 토목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 직후 입사해 작년 5월 이곳 감독을 맡았다.

“중국 대만 스리랑카 등의 토목 관계자와 연구자가 다녀갔습니다. 최근 남아시아 지진 이후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70명이 견학합니다.”

도쿄 시내 국도 아래 공동구가 완성된 구간은 현재 106km. 총 161km 예정 구간의 66%다. 공사비는 49%를 국가가, 나머지는 도쿄가스, 도쿄전력, NTT 등 이용 기업이 분담한다.

1983년 최초로 완공된 아오아먀(靑山)∼아카사카(赤坂) 구간 공동구에는 27만5000V의 고압선, 대형 도시가스관, NTT 구형 전화회선과 광케이블, 상하수관으로 가득했다.

설비 주위에는 지진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갖춰져 인화나 절단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20여 년간 공동구내 안전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유사시 인명 피난 목적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테러범이 민간인 틈에 섞여 침투하면 모든 게 허사가 되기 때문이지요.”

지진전문가들은 도쿄 일대에 10년 전 고베대지진 같은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면 1만2000명이 숨지고 건물 79만 채가 붕괴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지하 공동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전기, 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하는 안전판인 셈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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