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 워치]러 5월 승전60돌행사 점검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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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10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정상회의가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 주요국 정상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지난해 이후 최대 규모의 ‘정상들의 잔치’가 될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식과 올해 1월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 기념식에는 ‘겨우’ 16개국과 20개국 정상만 참석했었다. 남북한 정상도 초청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미 참석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서 남북정상의 만남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왜 이렇게도 많은 노력을 들여 승전 기억을 되살리려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의 국내외적 영향력 회복을 위해서다. 최근 민주화 후퇴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 여론과 옛 동맹국들의 잇단 이탈로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 있다.

나치독일에 승리한 화려한 과거를 부각시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여전히 국제질서의 한 축임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국내적으로도 승전국의 자부심을 내세워 흐트러진 지도력을 가다듬을 기회로 삼겠다는 것.


그런데 이번 정상회의로 오히려 일부 국가들과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이렇게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만큼 참석을 거부한 국가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의회 회기와 겹쳐 현재로선 참석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후 러-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가뜩이나 쿠릴열도 4개 섬(북방 4개 섬)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양국 관계가 더 나빠져 푸틴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마저 불투명해졌다.

에스토니아의 아르놀드 루텔 대통령과 리투아니아의 발다스 아담쿠스 대통령도 “직접 갈 수 없어 총리를 대신 보내겠다”고 통보했으나 러시아는 “국가원수가 아니면 올 필요가 없다”고 거절했다.

그렇지만 예외도 있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다.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초청장에 참석대상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지칭하지 않고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로 표현했다.

해외 방문을 꺼리는 김 위원장 대신 헌법상 국가원수인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다른 정상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러시아 외교당국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8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해 ‘승전기념메달’을 받음으로써 불참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이 이미 직접 불참 의사를 전달하고 푸틴 대통령의 양해를 구한 뒤 행사에 참석할 다른 정상들에 앞서 미리 메달을 수령했다는 분석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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