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겔란트 “부자나라 왜이리 인색한가”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17분


‘어떤 혼란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호리호리하지만 강인한 노르웨이인.’

DPA통신의 묘사처럼,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46·사진)은 침착하고 치밀하게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지역의 구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나눔의 정신’을 강조해 부자 나라들이 지진해일 피해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미국이 당초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1500만 달러(약 155억 원)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 그는 “부자 나라들이 재난 구조 지원에 인색하다”며 뜨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후 그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에 자극받은 미국은 지원액을 3억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로 늘렸다.

에겔란트 사무차장은 ‘인색한 부자나라’ 발언에 대해 “논란을 촉발시키려 한 것은 아니며 그저 ‘세계의 양심’을 대변한 것일 뿐”이라면서 의미를 축소했지만, 그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노르웨이 외무차관으로 근무하던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평화협정’의 막후 조정자로 활약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를 계기로 1996년 자치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다.

1996년 과테말라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상, 1997년 대인지뢰 금지를 다룬 오타와협약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외교 협상가로서 주목을 받았다.

2003년 6월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이 된 이후에는 우간다 내전과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 분쟁지역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주력해 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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