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은 힘으로 응징” 美네오콘 꿈 이루나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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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및 국방 정책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가. 무기를 만드는 대장장이와 불의 신 ‘불카누스(헤파이스토스)’로도 불리는 네오콘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외교라인에 속속 전진 배치되고 있다.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강성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택되고, 네오콘의 일원인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라이스 보좌관의 뒤를 이으면서 네오콘들의 전면 포진은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물러나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그 뒤를 잇는다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강경보수파의 완벽한 삼각주를 형성하게 된다.

보수 논객인 로버트 노박이 9월 시카고 선타임스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네오콘들의 오랜 꿈인 ‘라이스 국무-울포위츠 국방-해들리 안보보좌관’ 라인과 꼭 들어맞는 구도다. 라이스 보좌관은 네오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정신적 교감이 깊고 럼즈펠드 장관은 9·11테러 이후 네오콘으로 편입됐지만 핵심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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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보좌관은 최근 정치평론지 내셔널리뷰와의 회견에서 “힘이 없는 정의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힘이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도덕적 콘텐츠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AFP통신이 보도했다. 네오콘들의 강령인 ‘악을 물리치기 위한 무력의 사용 즉, 선제공격론’과 판에 박은 듯한 발언이다.

제임스 만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11월호에서 “부시 대통령의 네오콘팀은 1기 때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시리아나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전쟁을 기획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부류도 있다”고 했다.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제거돼 세계가 대량살상무기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졌으므로 이라크전쟁은 실패한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내년 1월 이라크 총선 뒤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미군이 명예롭게 퇴장한다는 것이 네오콘의 그림이다.

반면 일부에선 네오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뒤죽박죽인 이라크의 혼란상으로 네오콘의 정책을 집행할 군사적 경제적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라크전에 예상보다 많은 희생과 자금이 들어가면서 네오콘의 내부 분열 기미도 보인다.

네오콘의 대표적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최근 워싱턴 포스트 등에 이라크전을 통렬히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선거기간 중 잠복했던 공화당 내부에서의 이라크전 반대 여론도 언제든 터져 나올 태세다.

이라크전 수행에 큰 힘이 됐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마저 자국에서 궁지에 몰려 네오콘의 외교정책에 동조할 여력이 없는 것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만 연구원은 “네오콘 정책의 실천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부시 행정부가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의 근본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네오콘들의 꿈이 2기 부시 행정부에서 꽃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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