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퍼보고서 후세인 리스트]英 “거짓 위해 목숨 바쳤다”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13분


‘그들은 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8일 이라크전쟁에서 사망한 영국인 병사의 유해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다.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다’는 이라크 서베이그룹(ISG)의 보고서에 대해 영국 언론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쟁을 반대해 온 가디언은 1면 톱기사로 ‘이라크에 WMD는 없었다’는 제목을 달고 유엔 로고가 새겨진 픽업트럭이 막막한 이라크 사막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사진을 실었다. 가디언은 “1625명의 미국 및 유엔 사찰관이 10억달러를 들여 2년 동안 이라크 전역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썼다.

인디펜던트는 “부시와 블레어가 내세웠던 전쟁의 명분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전쟁을 지지했던 언론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서방 기업인과 정치인을 매수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과 미국이 기만을 당했다면 프랑스와 러시아는 후세인의 더러운 돈에 매수됐다”고 주장했다.

더 선은 “프랑스가 왜 우리 편에 서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며 프랑스 기업이 후세인의 뇌물을 받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도로 평가되는 더 타임스는 후세인이 서방 기업인과 거물급 정치인에게 석유 할인 구입권을 주는 방식으로 뇌물을 살포했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그러나 타임스는 “이 보고서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논쟁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BBC 인터넷판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최근 이라크 참전 판단 기준이 됐던 정보가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한데 이어 퍼트리샤 휴잇 통상장관은 이에 대해 공개 사과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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