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용술씨-도우미 안기형씨 아마존 마라톤 도전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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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안기형 과장(오른쪽)과 시각장애인 이용술씨가 브라질에서 열리는 ‘아마존 정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2일 경기 수원시 광교산 근처에서 서로 팔을 끈으로 묶은 채 훈련하고 있다. -수원=고기정기자
현대모비스 안기형 과장(오른쪽)과 시각장애인 이용술씨가 브라질에서 열리는 ‘아마존 정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2일 경기 수원시 광교산 근처에서 서로 팔을 끈으로 묶은 채 훈련하고 있다. -수원=고기정기자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200km의 정글 코스. 평균 기온 섭씨 43도에 습도는 95% 그리고 등에는 13kg의 배낭. 주어진 시간은 7일이다.

현대모비스의 안기형 과장(41)과 시각장애인 이용술씨(42). 그들은 13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아마존 정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는 극한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경기로 엄격한 체력 테스트를 통과한 30개국 75명만 참가가 허락됐다. 더구나 안 과장은 앞을 못 보는 이씨와 길이 50cm의 끈으로 팔을 연결해 함께 뛰어야 한다. 이 대회 참가자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이씨가 유일하다.

안 과장과 이씨가 함께 참가하게 된 것은 작년 사하라사막 마라톤 대회에서의 약속 때문. 당시 243km를 가까스로 주파한 이씨는 아시아인 중에서 1등을 차지한 안 과장에게 다음 마라톤에서 ‘주행 도우미’를 해달라고 간청했다.

시각장애인의 주행 도우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야 하고 자신의 기록 경신을 포기할 수 있는 희생정신도 있어야 한다. 사하라 마라톤에서 기존 도우미 때문에 실격 위기까지 몰렸던 이씨는 42.195km를 2시간17분(1987년 동아마라톤)에 주파한 안 과장의 도움이 절실했다.

현대모비스 안기형 과장(오른쪽)과 시각장애인 이용술씨가 브라질에서 열리는 ‘아마존 정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2일 경기 수원시 광교산 근처에서 서로 팔을 끈으로 묶은 채 훈련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 대회에서 상위권 진입을 계획하고 있던 안 과장으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요구였다.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씨와 같은 사람들을 돕는 것 또한 ‘마라톤 정신’이 추구하는 바라고 생각했습니다.”(안 과장)

두 사람은 작년 9월부터 1년간 산악구보 등 맹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안 과장의 회사인 현대모비스도 이 소식을 듣고 지원을 약속했다.

“예전에는 제 주법과 자세가 제대로 된 것인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훈련한 뒤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폼이 잡혔다는 말을 들어요.” 이씨는 안 과장을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아마존 대회는 열악한 기후는 물론 독충이나 풍토병 등도 조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6일치 식량 이외에 해독제, 해먹(그물침대) 등을 배낭에 싸서 어깨에 메고 뛰어야 한다. 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독도법(讀圖法) 숙지도 필수다.

안 과장은 “기록보다는 완주가 목표”라며 이씨의 팔을 잡고 또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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