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환경오염 경보’]<上>中 급속한 산업화 파장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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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한국의 환경오염 문제로 직결된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인접한 한국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국이 된다. 특히 중국은 극심한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20년간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대거 건설할 예정이어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회에 걸쳐 중국의 오염물질 발생 현황과 대응과제를 점검한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오염물질 중 40% 정도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환경 및 에너지 전문가인 댄 밀리슨은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대 박순웅(朴淳雄) 교수팀이 과학적으로 입증한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의 한국 이동’과 맥을 같이하는 지적이다.

ADB는 특히 중국의 지난해 대기오염 수치가 2002년에 비해 12% 증가했다고 밝혀 한국의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임을 시사했다.

▽석탄 사용 급증 추세=중국은 올해 여름 약 3만MW의 전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AFP는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전력 사용량은 전년보다 15.4%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급 용량을 크게 넘어섰다.

중국은 전력난을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세웠다. 천연가스나 수력발전소에 비해 값싸고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도 밝혔지만 시기적으로 1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석탄용 화력발전소는 중국 전력생산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중국은 올해 말까지 42만MW를 생산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02년 말보다 19.5%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고 여기에 700억달러(약 81조원)가 투입된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오염물질 동반 급증…피해 속출=AFP는 “지난해 전력생산이 급증하면서 대기오염도 함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의 이산화황 배출량은 2160만t에 이르렀다. 이산화황 배출량이 2000만t선을 넘은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매년 중국 11개 대도시에서 5만명이 기관지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고 40만명은 만성 기관지염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대기오염이 개선되지 않으면 2010년에는 중국인 38만명이, 2020년에는 55만명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중국 전체의 30%에 이르는 지역에는 산성비가 일상적으로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석탄용 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 비중을 60% 미만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보다 경제성장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실리고 있기 때문에 화력발전소 비중 감축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중국 환경보호총국 왕지안 대기국 과장은 “중국의 대기오염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기오염 수준은 2003년에 2002년보다 한층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오염물질 월경 심각=박 교수팀의 연구 결과 국내 생태계의 42%는 이산화황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의 3분의 1은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때문에, 나머지 3분의 2는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 때문에 발생했다.

그동안 중국은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제3국으로 이동한다는 문제제기를 외면해 왔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은 그대로 중국에 가라앉는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등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의 월경문제를 밝히기 위해 1995년 3개국 첫 학술회의를 개최한 뒤 중국측에 실태조사와 오염감축을 줄곧 촉구해 왔다. 99년 열린 3개국 환경장관회의에서는 공동연구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측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공동연구 주제를 갑자기 바꾸거나 연구 결과를 공표하지 말자고 요구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야 중국은 자국 대기오염물질의 월경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박 교수팀의 이번 연구 분석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인접 3개국이 공통의 분석틀로 대기오염물질의 월경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거 10년간의 관련 연구를 집대성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일단 분석틀이 마련된 만큼 1999년 이후의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산출량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추이를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中오염물질 한국피해 과학적 입증▼

중국발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이 한국까지 날아오는 양과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서울대 박순웅 교수팀의 연구는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한국, 중국 동부,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을 가로 세로 각 80km의 바둑판 모양으로 분할했다. 이어 한 칸(6400km²)에 해당하는 지역의 1994∼98년 오염원 배출량을 조사 입력해 연간 평균치를 산출했다. 중국의 오염원 배출량은 중국과학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어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산출량에서 한국 비중을 제외한 뒤 장거리 이동 물질의 양을 산출했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은 거의 모두 중국발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가로 11km, 세로 14km의 바둑판 모양으로 나눈 뒤 칸별로 식생과 토양성분 등을 조사해 오염물질의 수용 가능수준을 산정했다. 이를 토대로 2단계에서 산출한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의 생태계 피해 정도를 추출해 냈다. 동시에 국내 발생 오염물질의 생태계 악영향 수준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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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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