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50달러 가능할까

  • 입력 2004년 8월 4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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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능력에 대한 회의와 러시아 유코스 사태의 악화 및 테러경보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럴당 50달러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즈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3센트(0.8%) 오른 44.14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종가기준으로 21년만의 최고수준. 이로써 WTI 선물가격은 사흘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영국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PEX)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전날에 비해 배럴당 67센트(1.7%) 상승한 40.64달러로 장을 마쳐 1988년 시작된 원유 선물 거래 역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철옹성처럼 느껴졌던 배럴당 45달러의 벽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날 유가 급등에는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이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OPEC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증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OPEC의 증산능력에 회의적인 발언을 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OPEC가 생산능력의 95% 이상을 생산중이며 이는 최근 수십년내 최고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러시아 최대의 석유 수출업체 유코스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가 착수됐다는 소식도 이 업체의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 일으켰다. ABN 암로의 존 브래디 애널리스트는 "테러 경보가 시장에 불확실성과 혼돈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석유 거래업체 퀘스트 인터내셔널의 케빈 커 선임거래인은 "모든 시장 관계자들이 현재의 가격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동안은 이익실현 매물이 나와 유가가 약간 하락하겠지만 결국 배럴당 45달러는 물론 55달러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의 석유업체 BP의 최고경영자 존 브라운은 지난주말 "공급부문의 불확실성이 있을 경우 가격은 치솟아 오르게 마련"이라며 "언젠가 하락하기도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하락을 점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코노미 닷컴의 토스타인 피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우려는 언제나 있었지만 실제로 심각한 생산차질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면서 "현재의 공급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기세력이 유가를 계속 끌어올릴 경우 배럴당 50달러까지 치솟기도 하겠지만 이같은 거품은 곧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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