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라크서 조기 철군”…인질납치단체 요구 응해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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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는 13일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 파견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납치단체에 억류 중인 필리핀 인질이 석방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필리핀 정부의 철군 발표는 인질 납치 테러단체에 대한 첫 번째 굴복 사례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필리핀 정부의 인질 구출작전=라파엘 세기스 필리핀 외무차관은 13일 오전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출연해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 주둔 필리핀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군 시기를 묻는 뉴스 앵커의 질문에 대해서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필리핀 정부 내에서는 조기 철군을 부인하는 주장도 나와 혼선을 빚었다.

세기스 차관의 인터뷰가 방영된 직후 CNN은 이라크 주재 필리핀 대사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납치범들이 필리핀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인 12일만 해도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철군 시점을 8월 20일로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알 자지라 방송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도움을 호소하는 필리핀 인질 안젤로 드 라 크루즈(46)의 비디오테이프를 방영한 뒤 조기 철군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이 거세지자 ‘가능한 한 빨리’로 표현을 바꿨다.

▽불편한 미국=필리핀 정부의 결정에 대해 미 백악관은 즉각적인 공식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 고위관료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단체에 굴복하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과도정부 대통령도 12일 필리핀 정부에 대해 납치범들에게 굴복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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