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을 깨달았다”

  • 입력 2004년 5월 8일 0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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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독도 상륙을 시도한다는 소식에 독도경비대와 해경은 밤낮을 잊은 채 사흘간 전쟁 상황 같은 비상경계태세를 유지했다.

독도경비대는 지난 4일 일본 ‘니혼시도카이(日本士道會)’ 회원 4명을 태운 6t규모의 쾌속선이 5일 독도를 향해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곧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바다에서는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경비함인 5000t급 삼봉호를 비롯한 경비함 5척과 헬기 2대, 고무보트 5척 등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이들의 긴박한 경계근무는 6일 오전 극우단체 회원들이 한국영해 진입을 포기한 채 본토로 귀환하고도 한참동안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경비대 소속 서홍진 일경은 ‘어버이날’을 맞아 7일 부모님께 보낸 편지글에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제가 조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입대한지 7개월 만에 실전을 방불케하는 비상상황을 처음 경험한 서 일경의 편지글 속에서 독도를 지키는 우리 장병들의 당당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독도경비대 관계자는 8일 “현재 비상경계근무는 해제됐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원들도 동요 없이 평상시처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다음은 독도경비대 서홍진 일경이 부모님께 보낸 편지 전문.

부모님께 드리는 글

사랑하는 부모님, 잘 지내시고 계시는지요?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은 내 조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인 독도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국방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지도 벌써 7개월이 되어갑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국방의 의무이기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곳 독도에서 거센 바람과 맞서며 근무를 설때면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납니다. 저는 사회에서 부모님께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곤 합니다.

이번에 일본 사람들이 독도에 접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셨지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저와 제 전우들이 철통같이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독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입대 전 사회에서는 ‘우리 국토의 끝자락에 독도라는 섬이 있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으나, 여기서 근무를 하면서 독도가 얼마나 중요한 섬인지 깨달았습니다.

거기에 이런 일까지 생기니 독도를 지키는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조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사랑하는 부모님 곁에서 “참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구나!” 라고 느껴집니다. 또한 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던 부모님의 깊으신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매일 아침 저를 위해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을 싸주시던 어머님.

제겐 맛있는 음식을 주시고 뒤에서 김치에 찬밥을 드시던, 그 끝없는 사랑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습니다.

내일은 5월8일 어버이날 입니다. 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비록 부모님과 떨어져 어버이날을 맞이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듯 저 역시 끝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잊고 지내온 것 같습니다.

이 못난 아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드리지 못하지만 이 편지로 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걱정되어서 하루도 편하게 못 주무시겠다고 말씀하시는 사랑스런 우리 부모님...

저에게 끝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우리 부모님. 이 아들 멋진 대한민국 남자가 되어서 부모님 사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2004. 5. 7.

독도에서 자랑스런 아들 홍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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