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쇼크 이후…전문가대담 “대응능력 키워야”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15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긴축 발언으로 시작된 ‘중국 쇼크’가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주가가 3일과 4일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는 등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쇼크를 계기로 중국 리스크(위험)를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4일 본보가 마련한 ‘중국 쇼크 긴급진단’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鄭常恩) 수석연구원은 “금융 개혁이나 중국 국가보유 주식의 상장 등은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이번 쇼크는 재채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임송학(林松鶴)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좋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있다가는 나중에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임규진 경제부 차장》

▷참석자 프로필

임송학 (교보증권 센터장)

-1963년 출생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1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1988년∼1994년 6월 대우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

-1994년 7월∼1998년 2월 교보증권 투자전략팀

-1999년 10월∼2000년 11월 LG증권 투자전략팀

-2000년 11월∼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정상은 (삼성硏 수석연구원)

삼성경제硏 정상은 수석연구원

-1971년 출생

-1996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8년 베이징대 경제학과 석사

-1999∼2000년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부 연구관

-2001년 베이징대 경제학과 박사

-2001년∼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중국 쇼크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중국이 내놓을 긴축정책은 무엇인가.

▽정상은 수석연구원=3단계로 예상하고 있다. 1단계 조치는 중국 정부의 조치나 명령을 통해 투자 심리를 억제하는 인치적(人治的) 방식이다.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발언으로 1단계 조치는 이미 취해졌다고 본다. 7, 8월까지 가시적인 효과가 안 나타나면 2단계로 대출금리 인상 조치가 나올 것이다. 일단 0.25%포인트 정도씩 소폭 인상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이 단계에서 대출 증가세가 꺾일 것이다.

그래도 경기 조절이 안 되면 연말쯤 위안화 절상 카드를 검토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어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임송학 센터장=비슷하다고 예상한다. 다만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 가벼운 조치의 효과가 없을 경우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 준다’는 식으로 금리인상을 전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다.

▽사회=중국 경제의 연착륙은 가능한가.

▽임=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그에 대한 기준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연간 경제성장률 7%는 낮은 수준이 아니지만 고성장을 지속해 온 국가에서는 이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경착륙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경제 충격은 불가피하다. 중국 경제가 실제 연착륙을 해도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것은 경착륙이 될 수 있다.

▽정=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7%대 성장률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이 성장률은 연간 8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수치다. 이렇게만 성장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연착륙이다.

▽사회=중국 쇼크의 여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임=중국의 경제지표가 갑자기 나쁘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주식이나 외환시장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셌다. 단순히 중국 쇼크가 아니라 국제투기자금의 동요가 반영된 결과이므로 여진은 더 이어질 수 있다.

▽정=한국이 중국 쇼크로 휘청거릴 일은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이번 일을 미래 쇼크에 대비한 연습을 하는 기회로 삼자.

▽사회=정부가 중국 쇼크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정=정부가 회의를 하는 건 좋은데 뚜렷한 대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 수출이 너무 중국에 쏠려 있다. 최소한 ‘묻지 마’ 식의 중국 쏠림 현상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인도 베트남 등 중국 말고도 임금 싼 시장이 많다.

▽임=정부가 중국 관련 정보를 좀 더 제공해 줄 필요도 있다. 중국에 대한 중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민간에 다각도의 정보를 충분히 줘야 한다. 정치인 중에 경제전문가가 많지 않아 경제 현안이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 중국 경제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우리의 중국 연구는 일본의 80년대 초반 수준도 안 된다. 기업이 당장 진출해야 하는데 현지 제도나 절차에 대한 매뉴얼도 부족하고 현지에서는 찾아갈 곳도 없다.

▽사회=중국 금융 부실이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임=중국의 부동산거품이 꺼질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국은 부동산 구입 시 금융대출이 80%에 이른다. 공실률도 높다. 하나가 꼬이기 시작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살얼음판’이다.

▽정=신규 대출 제한조치도 한번 들여다보자. 그 대상이 전부 신규 민영은행이고 4개 국유상업은행은 빠졌다. 4개 국유은행이 전체 대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빠진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 은행의 신용평가 및 대출 시스템을 한국의 수준에 맞추면 대출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 금융개혁을 당장 할 처지가 못 된다.

▽사회=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중국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정=중국처럼 한국과 산업적으로 보완적인 부분이 많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과 상생하는 산업구조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전업체에서 삼성전자와 중국의 하이얼은 협력할 여지가 많다. 일본의 소니와는 못 하는 부분이다.

▽임=중국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기술을 가진 나라다. 우리를 쫓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사이에 다른 기술을 개발해서 독점적인 부분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국의 초저임금을 이길 방법이 없다. 한국의 산업공동화와 실업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기업들이 한국에 남도록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정=기업들이 중국에서 잘하면 한국에서의 고용도 더 많이 일어난다. 중국에 부품공장을 만들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드는 식이다. 지금 중국으로 못 나가면 앞으로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다. 일본 마쓰시타 회장도 ‘중국에서 실패하면 다른 어느 나라에 나가서도 실패한다’고 하지 않았나.

▽사회=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임=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박람회 등을 앞두고 장기적인 성장 엔진에 발동을 걸 것이다. 다만 한 1∼2년 정도 쉬어가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기간에 한국은 차분히 중장기 대책을 세우고 청년실업과 신용불량 등 각종 문제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이 조정 받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해야 할 때다.

▽정=이번 쇼크가 무리 없이 지나가더라도 앞으로 이런 충격은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응한 각각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위기 대응 능력도 키워야 한다.

현재 대중(對中) 수출 품목의 90%가량은 원자재 자본재 등이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직접 가는 소비재를 키워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야 한다.

정리=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