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P紙-ABC방송 등, 美軍 전사자 명단공개

  • 입력 2004년 5월 2일 19시 06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3페이지에 걸쳐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미군 전사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이 신문은 미군 당국이 사진을 내놓지 않아 전사자 가족과 지방 신문들로부터 사진을 얻어 게재했다.  -워싱턴=EPA 앤빅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3페이지에 걸쳐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미군 전사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이 신문은 미군 당국이 사진을 내놓지 않아 전사자 가족과 지방 신문들로부터 사진을 얻어 게재했다. -워싱턴=EPA 앤빅
“아이오와 출신 벤저민 카번 일병, 코네티컷 출신 펠릭스 델 그레코 병장….”

지난달 30일 밤. ABC뉴스 ‘나이트라인’의 진행자 테드 코펠은 이라크전쟁에서 숨진 미군 병사 721명의 이름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아무런 배경 음악 없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이 국론 분열을 빚으며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국론 분열 양상=이날 ‘나이트라인’은 비전투 상황에서 숨진 병사들까지 소개하느라 진행 시간을 10분 늘여 40분을 할애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보지 못했다. ABC의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미국 최대 방송그룹 싱클레어 방송이 “반전 여론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자회사에 송출을 금지시켰기 때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자가 운영하는 싱클레어 방송은 “뉴스를 가장한 정치적 성명 발표”라고 주장했다.

보수적 매체분석기관인 미디어리서치센터 책임자 브렌트 보젤도 “여론을 반전으로 돌리려는 당파적 발상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라고 단정지었다.

반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싱클레어의 결정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막는 행위이자 비애국적 결정”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희생이 얼마나 큰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일으킨 진행자 코펠씨는 “전쟁 반대 의도도, 전쟁 정당화 의도도 없는 기획”이라면서 “다만 전쟁이 별 희생없이 수행될 것이라던 정부의 환상에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전사자 숫자도 제대로 모르고 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전사자 보도 줄이어=‘나이트라인’ 방송에 앞서 일부 신문들도 전사자 소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3개 지면을 할애해 3월 이후 숨진 전사자 150명의 사진을 실었다. 같은 날 USA투데이는 1∼2면에 4월에 숨진 전사자 가운데 116명의 사진과 약력 등을 소개했다. 뉴욕의 타블로이드 뉴스데이는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송된 전사자들의 관을 사진으로 게재하며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전사자 보도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69년 발행된 라이프 잡지가 베트남전쟁에서 한 주간 사망한 전사자들의 사진을 실어 반전여론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