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방 태국’ 놓고 골머리

  • 입력 2004년 4월 22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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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에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든든한 우방이었던 태국이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태국은 이웃 인도네시아와 비교할 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확고한 우방. 미 중앙정보부(CIA)가 태국에 설치한 반테러 비밀 본부는 지난해 발리 테러의 범인을 잡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은 반테러 관련 지원 외에도 태국 경찰과 군대에 훈련과 기술을 제공해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태국의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에 사의를 표하고 '비나토(NATO)회원' 동맹국으로 지위를 격상했으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안하는 등 톡톡히 당근을 제공했다.

그러나 태국정부가 1월 이슬람 운동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양국의 미묘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태국의 이슬람 사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남부 이슬람 거주지역에서 100여명 이상의 이슬람교도들이 경찰로 추정되는 신원 불명의 무장괴한에게 납치당해 실종됐다. 원성이 높아지자 최근 태국 정부는 일부 납치에 태국 경찰이 어느 정도 연루돼 있다고 시인했다.

미 국무부는 2월 태국의 인권상태가 악화됐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탁신 총리는 "미국은 쓸모없는 친구"라며 즉각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국제 반테러 공조가 태국과의 관계에 중요한 요소"라며 공식적인 답변을 피해갔다. 미 정부는 헌법상 인권을 침해하는 군대를 훈련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태국 정부는 과거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했던 남부 지역에서 과격하게 공권력에 도전하는 무리를 진압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의 인권침해를 얼마까지 눈감아 줘야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태국인구의 5%를 차지하는 6300만 명의 이슬람 인구의 분노가 터져 보안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문제까지 고민하게 됐다. 분노에 찬 이슬람 젊은이들이 더욱 손쉽게 테러조직에 포섭되고 있는 것.

이러한 불안정은 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이곳에 투자하고 있는 서구 경제인들의 불안도 미 정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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