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야스쿠니신사참배 갈등 심화

  • 입력 2004년 2월 17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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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간 갈등이 더 깊어가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인이 합사돼 있다. 한국과 중국의 참배 반대 이유가 A급 전범의 존재인 만큼 제사 대상에서 전범을 빼자는 분사(分祀)론이 일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일 대립=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류훙차이(劉洪才) 부부장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일본 공명당 대표에게 일본어로 "신칸센도, ITER(국제 열핵융합실험로)도 야스쿠니 문제만 없으면 일본인데…"라고 말했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중단하면 현재 일본 독일 프랑스 3국이 각축중인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도 건설 수주 경쟁에서 일본의 신칸센(新幹線)을 지지하겠다는 뜻. 또 ITER 건설유치를 위해 일본과 프랑스가 경쟁중인 것과 관련해 참배 포기시 프랑스를 지지하는 대신 일본을 밀겠다고 밝힌 것이다.

간자키 대표가 16일 고이즈미 총리에게 '신사참배 해결 없는 공식 방중 절대 불가' 분위기를 전했을 때 고이즈미 총리는 묵묵히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 모색=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8월 이후 올해 1월1일까지 4년 연속 해마다 1번씩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중국은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참배 강행에 발끈해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 요청을 매년 묵살해 왔다. 중일관계가 꼬이면서 국제무대에서 중국측 협력을 얻기 힘들게 되자 야당측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범과 관계없는 별도의 국립추모시설을 만들라고 요구 중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3일 국회 답변을 통해 "국민 모두가 추모할 수 있는 시설 건립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거쳐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틀전 그는 국회에서 "야스쿠니신사에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데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속 의지를 밝혔기 때문. 대체 시설 건립 논의는 수년전에도 제기됐지만 결국 흐지부지됐었다.

A급 전범 분사 방안은 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에 의해 제기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꽉 막힌 중일 관계를 개선하는 '국익' 명분 아래 전범 유족을 설득하면 분사에 동의해줄 것이라는 주장. 그러나 '전범'을 '애국자'로 떠받드는 국수주의 단체들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돼 분사가 이뤄질 것인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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