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선데이 타임스 “알 카에다 ‘제2의 9·11’ 기도 확인”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코멘트
알 카에다가 연말연시에 전 세계에서 미국행 국제선 여객기 10대를 동시 납치해 핵발전소 등 미 동부의 주요 목표물에 충돌시키려는 ‘제2의 9·11테러’ 계획을 수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자살 테러범들의 잠재적 목표물은 미 워싱턴과 동부 연안의 핵발전소, 알래스카의 석유 터미널인 발데스항 등이었으며 이 같은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에 연말연시 미국행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등 이례적인 보안 조치가 취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첩보가 입수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미국과 영국이 이슬람권에 심어둔 정보원이 영국항공(BA), 에어프랑스, 아에로 멕시코 소속 미국행 여객기 납치 계획을 알려왔다. 이 정보원은 테러범들이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의 주요 목표물은 물론 알래스카의 석유터미널에 여객기를 충돌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데스항 석유터미널은 미국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17%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뻗어나간 석유 파이프는 1280km에 이른다.

이 정보원은 또 목표물이 되고 있는 항공편과 구체적인 항로를 제시했으며 테러 용의자들의 통신 감청 결과도 테러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정보원이 제공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동부 연안의 핵발전소도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첩보 분석에 따라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말 미국 내 보안을 코드 오렌지 수준으로 올렸으며 미국 주요도시 상공의 비행기 운항을 제한하는 등 테러 방지를 위한 특별경계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외국 항공사가 운영하는 모든 미국행 항공편에 대한 정밀 보안분석이 시작됐고 이어 10개 항공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런던발 워싱턴행 BA 2편, 멕시코시티발 로스앤젤레스행 아에로 멕시코 2편, 파리발 로스앤젤레스행 에어프랑스 6편의 운항이 취소됐으며 최소한 3편의 항공기가 F-16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미국 내 공항에 착륙해 정밀 보안검색을 받았다. 아에로 멕시코 소속 항공기 1편은 공중에서 회항 조치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행 BA 2편의 운항도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튀니지 출신 테러리스트와 이름이 같은 승객이 나타났으나 조사 결과 5세 어린이로 확인되기도 했다. 중동 출신 비행기 조종사도 승객 명단에 있었으나 비상령이 떨어진 후 사라져 추적이 안 되고 있다고 미 정보당국은 전했다.

한편 선데이 타임스는 최근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감청 자료 분석 결과 알 카에다가 2002년 6월 당시 런던을 유럽의 알 카에다 조직 ‘신경 센터’로 간주하고 있었다면서 정보기관들이 “런던이 매우 위험한 곳이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