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방위국 내년6월 창설키로…美 “무기 판로 막히나”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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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방·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내년 6월까지 ‘유럽방위국(EDA·European Defence Agency)’을 창설키로 합의했다.

EU 국가의 군사력 향상을 목표로 신설되는 EDA는 △군사력 강화를 위한 산업기술 정책 실행 △군사분야 연구개발 촉진 △다국적 군사 프로젝트 제안 등을 담당한다.

EDA는 유럽 방위를 담당하는 군사기구라기보다는 연구개발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에서 벗어난 유럽의 독자 방위’를 주장하며 프랑스와 독일이 창설을 요구해 온 EU 작전사령부와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미국은 EDA 창설 합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 방위기구 관련 논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체제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반응은 EDA가 EU 회원국의 무기 구매를 조율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U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마르티노 국방장관은 EDA 창설 합의 직후 “EU는 미국의 절반이나 되는 군사비를 쓰고 있지만 군사력은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유럽 방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복(구매)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가 방위력 향상이라는 목표에 따라 미제 무기 구입을 줄이면 유럽 방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도 있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이를 의식해 “EDA가 창설되더라도 EU 국가들이 유럽제 무기만을 선호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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