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協 총기소지 반대자‘블랙리스트’ 작성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50분


“내 이름이 빠져 대단히 실망스럽다.”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블랙리스트’에 서로 자기 이름을 올리겠다며 안달이 났다.

이런 현상은 전미총기협회(NRA)가 최근 총기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의회에 로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총기 소유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온 기업, 단체, 유명인들의 리스트를 비밀리에 작성하면서 시작됐다.

웹 사이트 구석에 박혀 있던 19쪽에 달하는 이 리스트는 우연히 ‘브래디 캠페인’ 등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단체 회원들의 눈에 띄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아예 블랙리스트 사이트(www.nrablacklist.com)를 만들어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 스타들이 나선 것은 할리우드 소식지인 ‘데일리 버라이어티지’가 28일 전면광고를 통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자고 촉구한 데서 촉발됐다.

평소 사회적 현안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스타들이 NRA 블랙리스트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고 명단에서 빠진 스타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NRA를 상대로 직접 자기 이름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연기파 배우 더스틴 호프먼은 “평소 총기소유 금지를 외쳐온 내 이름이 빠진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직접 편지를 보내 결국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 TV방송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지미 카터 전 대통령, ABC방송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고 2만2000명의 총기규제 찬성자들이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

브래디 캠페인은 여세를 몰아 29일 뉴욕타임스에 ‘NRA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셨어요?’라는 전면광고를 실어 세를 과시하면서 총기규제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NRA는 당초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딱 잡아뗐다. 그러나 지난주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이 “우리 회원들은 그들의 노래와 영화를 듣지도 사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격해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 되면서 총기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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