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10엔 ‘마지노선’ 무너졌다

  • 입력 2003년 10월 8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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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달러당 115엔, 9월 하순 112∼113엔, 10월 초 110엔….’

엔화 강세-달러 약세가 계속돼 엔화가치가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자 일본 외환당국의 ‘환율 마지노선’은 후퇴를 거듭했다. 9월 들어서만 달러화 매입에 4조엔(약 40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2일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엔화강세가 계속되자 30일 이례적으로 뉴욕연방은행을 통한 위탁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 및 유럽 업계의 반발을 부르고 단독 개입의 한계만 드러낸 셈이 됐다.

엔화 강세의 원인인 일본의 경기 상승세는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에 이어 8월의 경기동행지수가 55.6%로 4개월 연속 50%를 넘자 일본에서는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가 상승국면임을 나타내는 것.

일본 정부는 엔화 절상을 방치하면 가까스로 회복세에 들어선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는 이유로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금융상은 7일 “(외환시장) 개입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니지만 환율변동이 너무 심하면 어느 정도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강세의 본질은 달러화 약세라는 점에서 인위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원화를 비롯해 홍콩의 홍콩달러, 태국의 바트화 등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8월 이후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이 올해 시장개입에 쓴 돈은 약 68조엔으로 추가개입 여력은 10조엔 정도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9월 말 6000억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도쿄 외환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금융권에서는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어 연말까지 엔화가치가 105엔 선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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