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월街서 평가 받았죠”메릴린치 CEO 다우 김씨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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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린치증권 사장에 오른 한국인 다우 김씨는 8일 방한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는 ‘비즈니스’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변영욱기자
미국 메릴린치증권 사장에 오른 한국인 다우 김씨는 8일 방한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는 ‘비즈니스’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변영욱기자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떠났던 한국인이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2인자가 돼 고국을 찾았다.

올 8월 메릴린치 본사 사장에 임명된 다우 김(한국명 김도우·金道于)씨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인으로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는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에 이어 명실상부한 메릴린치의 2인자다. 전 세계 1만1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메릴린치의 최대 사업 부문인 글로벌마켓 & 투자은행(GMI) 분야를 이끌고 있다.

사장에 임명된 후 처음 한국을 찾은 김 사장은 8일 메릴린치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는 인종이나 배경이 아니라 ‘실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곳”이라며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뉴욕 금융계에서 일하면서 차별을 느껴 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고 관리직에 올랐지만 아직도 업무시간의 10∼15%를 내서 직접 채권 거래를 한다”면서 “부하들이 따르는 리더가 되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국에 대한 뉴욕 금융계의 시각은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메릴린치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은 한국을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낙관적인(Bullish)’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금융권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 과잉 설비투자 해소 등에서 일본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국제신용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분규 해결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지역 통화 절상 ‘압력’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 원화가 일본 엔화에 비해 절상 폭이 크지 않다면 수출에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규모 벌목 사업을 했던 부친을 따라 동남아시아에서 살다 13세 때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난 조기유학 1세대. 미국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와 펜실베이니아대를 나왔다.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월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지수 이름을 따서 ‘다우’라는 미국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월스트리트 트레이더(거래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많이 가지만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 없다면 실패로 끝나기 쉽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다우 김 사장 프로필▼

△1962년 서울 출생(한국명 김도우)

△어린시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거주

△1975년 미국 유학

△1984년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

△2000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수료

△1985∼1991년 하노버은행 신용분석가

△1991∼1994년 케미컬은행 부사장

△1994년 메릴린치 도쿄 지사장

△2001∼2003년 메릴린치 뉴욕본사 채권사업 부문 수석부사장

△2003년 8월 메릴린치 글로벌마켓&투자은행 부문 사장 임명

△가족관계=한국인 부인과 2녀

△좌우명=일을 즐겨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라, 주변인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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