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1週당겨 발표 호기심 자극

  • 입력 2003년 10월 2일 17시 33분


2002년 노벨상 수상식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콘서트홀’ 에서 열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2년 노벨상 수상식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콘서트홀’ 에서 열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2일 오후 8시(한국시간) 발표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전통적으로 매년 10월 두 번째 목요일에 노벨문학상을 발표했으나 올해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한 주 앞당겨졌다.

노벨문학상은 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고 그만큼 추측도 난무한다. 올해도 세계 문학계는 발표일을 앞두고 수상자를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마다 유력한 후보 명단이 한림원 주변과 문학계에서 흘러나오지만 한림원 종신회원 18명이 굳게 닫힌 밀실에서 심사를 끝낸 뒤에도 실제 후보 작가 명단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어떤 작가들이 심사에서 거론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

올해 AP, AFP 등 외신은 출판관계자 등의 입을 빌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소설가 J M 쿠체와 ‘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시인 알리 아마드 사이드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거르지 않고 수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쿠체는 네덜란드계 백인 작가. 1999년 발표한 ‘추락(Disgrace)’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로 현재 미국 시카고대 객원교수이자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영문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 작가로는 예외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억압받는 정치적 현실보다는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허상을 포스트모더니즘 방식으로 해체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이드는 노벨문학상과 국제정치가 맺고 있는 상관관계의 맥락에서 거론됐던 이름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자존심이 상한 아랍권에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던 것이다.

사이드는 고등학교 시절, 그리스 신화를 읽고 죽음과 부활에 매료된 뒤 스스로 ‘아도니스’라는 필명을 지었다고 한다. 사이드의 시는 ‘신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혼합물’이라고 일컬어진다.

노벨문학상의 ‘지역적 안배’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네덜란드어권 작가가 이제껏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네덜란드의 유명작가 하리 뮐리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TT 통신은 최근 8년간 노벨문학상이 유럽 작가들에게 주어졌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1980년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자 23명 가운데 아프리카와 남미 출신 각 3명, 미국 출신 2명, 아시아 출신 작가는 1명이었다. 중동 출신 작가는 1988년 수상자인 나기브 마푸즈가 유일하다.

필립 로스(미국), 잉거 크리스텐센(덴마크), 재닛 프레임(뉴질랜드), 마거릿 애투드(캐나다), 카를로스 푸엔테스(멕시코) 등도 올해 물망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시인 고은(70)이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올해는 한국 작가의 이름이 없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 개인에게 명성과 상금(1000만 크로네·약 15억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책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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