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日기업 '사스 엑소더스'…마쓰시타등 "부품 공급차질"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04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피해가 확산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인 일본의 대기업들은 부품 공급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생산 거점을 동남아시아로 분산하거나 일본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스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일본 유럽의 제품 기획과 마케팅-중국의 제조활동’이라는 국제분업체계가 교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스의 경제 타격 현실화=마쓰시타전기는 베이징(北京)의 브라운관 공장 2곳에서 현지 종업원 5명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17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 베이징 부품공장의 여성 종업원 남편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하루 동안 생산라인을 정지한 데 이은 두 번째 생산 차질. 마쓰시타의 중국 공장 42곳 중 최대 규모인 이 공장은 톈안먼 사태 때도 조업을 계속했던 곳이어서 회사측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 마쓰시타는 직원들에게 자택대기령을 내리는 한편 약 2주일간 조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복사기 제조업체인 리코도 자회사 종업원이 사스에 감염되는 바람에 5일부터 10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혼다자동차는 광둥(廣東)성 공장의 소형차 양산 시기를 1, 2개월 늦추기로 했고 산요전기는 10월 다롄(大連)에 에어컨 판매서비스 총괄회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거점 분산=닛케이비즈니스는 사스 초기단계였던 4월초 “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재고가 바닥나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기 시작하고 본사 사원의 중국 출장 중단으로 신제품 기획도 여의치 않자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동남아로 옮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마쓰시타는 브라운관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말레이시아의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의 생산이 자리를 잡는 대로 동남아 공장은 대폭 정리한다는 구도였지만 이번 사태로 당분간 존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

영상음향기기 부품제조업체인 SMK는 광둥성의 생산라인 중 일부를 말레이시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냉동식품의 25%를 중국에서 제조하는 가토기치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제품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사스 피해 및 대응 사례
날짜사스감염 상황대응 조치
4월 6일NTT데이터, 베이징 여성사원 1명 감염 입원 직원들 자택대기령 및 사무실 8일간 폐쇄
4월 7일소니, 홍콩판매법인 사원 1명 감염 입원(사망)사무실 소독, 영업은 계속
4월 18일마쓰시타, 베이징 공장 여사원의 남편 감염 의심생산라인 1일 가동 중지 및 소독
5월 20일리코, 베이징 가공공장 종업원 1명 감염 입원7일간 공장 폐쇄
5월 20일마쓰시타, 베이징 공장 종업원 5명 감염 입원17일부터 공장 조업 정지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