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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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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19개 NATO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7개국에 대해 NATO의 신규 멤버로 공식 초청할 예정이다. 1949년 공산권의 위협에 맞서 창설된 NATO가 과거 적성국가들을 받아들여 확대를 단행하는 것은 기구의 성격이 양과 질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회의는 또 NATO 안보 대상을 재래식 전쟁에서 테러집단이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로 바꾸고, 작전 지역도 유럽과 북미에 국한된 기존 NATO 권역 밖까지 확대하는 새 군사독트린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2만1000명 규모의 NATO 신속배치군 창설도 승인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대(對)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다. 부시 대통령이 19일 “NATO가 의향만 있다면 이라크에 대항하는 군사연합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화려한 참석 인사들이 NATO 기본 전략에 중대한 수정을 결의할 이번 회의가 외화내빈(外華內貧)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신속배치군 창설을 위해서는 수백억달러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부자인 독일부터 국방예산 추가는 의사도 능력도 없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신속배치군이 EU 내에 창설되는 신속대응군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점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우려를 표시해 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한계는 NATO 회원국인 미국과 유럽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군사력 차이다. 매년 EU 15개국 국방비 합계의 3배가량을 국방비에 들어붓는 미국과 유럽의 힘은 이미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넘어섰다. NATO를 마음대로 하려는 ‘어른(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아이(유럽)’가 한 테이블에 앉기는 애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고 관측통들은 전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