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무력을 사용하거나 무력사용을 위협하는 것으로는 이라크 문제를 풀 수가 없으며 지역긴장과 불안만 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탕 외교부장은 이어 "이라크 문제는 유엔의 메커니즘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며 정치적, 외교적 방법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사브리 장관에게는 유엔의 무기사찰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CNN은 중국정부가 아랍 및 이라크 카드를 대미(對美) 협상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오는 10월 텍사스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간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양보를 하면 중국이 이라크 공격에 대해 더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미국의 대(對)이라크 공격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사우디 아라비아도 한껏 목청을 높이고 나섰다.
외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사우드 알-파이살 왕자는 28일 영국 BBC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 남아있을 지, 축출될 지는 이라크 국민에게 달려있다"면서 무력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후세인 제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셰이크 하마드 자셈 알-타니 카타르외무장관 등 아랍 지도자들도 지난 며칠 사이에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의사를 나타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페스투스 모가에 보츠와나 대통령과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후세인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상을 선호한다면서 미국에 이라크를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우가르 지얄 터키 외무차관도 이날 터키는 미국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전쟁에 나서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
그는 또 워싱턴 극동문제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유엔의 승인과 국제사회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미국의 군사공격은 불법적인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달 독일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선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주 총리도 이날 유엔만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구라면서 미국의 독자적인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은 아직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이라크가 가하고 있는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 지에 관해 우방 및 동맹국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