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사 10여곳 조사한다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인터넷 관련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재작년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자 정보를 왜곡 공표한 증권사들에 대한 미 검찰의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뉴욕주 검찰당국은 10개월여의 조사 끝에 법원으로부터 미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에 대해 정밀조사 허가를 얻어낸데 이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다른 10여개 증권사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했거나 발부할 예정이라고 11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추가 조사 대상 증권사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리만브러더스 △살로먼스미스바니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턴 △UBS페인웨버 △라자르프레르 △베러스턴스 등이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들이 사내에서 주고받은 e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메릴린치가 ‘매수’ 추천한 기업의 주식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내부적으로 ‘허섭스레기(a piece of crap)’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크리스텐 캠벨이라는 애널리스트는 “수수료 수입을 많이 올리라는 압력을 받아 주식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돈을 잃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메릴린치측은 이 같은 검찰의 증거 제시에 대해 “사원들끼리 주고받은 e메일이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검찰과 메릴린치측은 지난 주말 이 문제를 법정 밖에서 해결하기 위해 접촉을 가졌으나 결렬되자 검찰측이 이번 주초 수사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제시됐던 타협안은 메릴린치가 자사 조사자료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에게 수천만달러를 보상하고 벌금으로 1000만달러를 내며 대대적인 투자자 교육 캠페인을 펼친다는 내용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또 메릴린치가 조사·연구 파트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인터넷 관련 주식이 주로 거래되는 뉴욕증시의 나스닥시장에서는 이들 주식값이 급등해 2000년 3월 최고점에 도달하기 이전부터 메릴린치의 헨리 블로젯을 비롯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지나치게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또 주가가 폭락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장밋빛 전망을 유지한 애널리스트들도 많아 이들에 대한 의혹이 비즈니스위크 등 경제 주간지나 일부 증권 분석 사이트에서 본격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월가의 큰 거짓말’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소속 투자은행의 이해 관계에만 집착,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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