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취직 힘든데 공부나…”…美, 대학원 진학 열풍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은 요즘 몰려드는 지원자들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원서를 접수하고 처리할 직원 15명을 입학 상담실에 추가 배치했고 지원자들에게 보낼 각종 서류와 안내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초고속 프린터까지 설치했다.

이 같은 모습을 와튼 스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다른 대학원들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최근 보도했다.

분야도 따로 없다. 인기 학과인 경영학 법학은 물론 언론, 교육학 등도 지원자로 넘치고 있다. UCLA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은 올 가을 지원율이 각각 80%와 90% 늘어났고, 예일대 법대대학원은 57%나 뛰었다. 펜실베이니아대 교육대학원도 지원율이 70%나 늘었다. 8년 이상 투자해야 하는 의대를 빼고는 거의 모든 분야의 대학원들이 올해 사상 최고의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입학조건도 까다로워졌다. 학부 4년간의 평점은 물론 GRE GMAT 등 입학자격 시험의 합격 가능 점수도 높아졌다. 에머리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려면 종전엔 GMAT의 언어와 수학 평균 점수가 650점이면 됐지만 올해는 최소 670점 이상 돼야 한다.

대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사정이 더 나을 것은 없다. 와튼 스쿨 석사과정 4학기째인 학생들은 예년 같으면 한 사람당 5, 6건 이상 취업 제의를 받았지만 올해는 1건도 못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은 극심한 취업대란을 잠시 비켜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다.

미시간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 기업들의 대졸자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15%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이 지난해 1월부터 본격화된 인터넷 기업들의 잇단 도산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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