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월드컵 한일관계 도움" 韓48%-日 64%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50분


《올해는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대회가 공동으로 개최되는 해이다.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일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월드컵에 대한 관심, 월드컵 공동개최와 관련한 기대 및 우려, 양국 축구대표팀의 예상 성적, 월드컵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양국 관심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월드컵 기대반 우려반▼

월드컵에 대해 한국인은 4명 중 3명꼴(74%)로 관심을 보였고 일본인은 46%만이 ‘관심 있다’고 응답해 한국인의 관심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공동개최로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에 있어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생각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은 ‘한일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가장 기대한 반면(47%·중복응답), 일본인은 ‘한일 양국 우호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60%). 한국에서는 국제적 지위 향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경제가 좋아질 것’(42%), ‘한일 축구수준이 올라갈 것’(40%)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고, 일본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한일 양국 우호증진’(24%)이나 ‘지역발전’(23%)에 대해서는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일 양국 우호증진’ 외에 ‘지역발전’(27%)이나 ‘경제 호전’(23%) ‘한일 축구수준 향상’(20%) 등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기대가 높은 ‘국제적 지위 향상’(15%)에 대한 기대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월드컵에 대해 한일 양국이 공통적으로 걱정하거나 우려하는 점은 ‘경기장 건설에 따른 비용부담’ 부분이다(한국 43%, 일본 41%·중복응답). ‘공동개최이기 때문에 대회 운영이 잘 안될 것’이라는 점도 양국이 함께 우려하는 부분인데 일본(32%)에 비해서는 한국(43%)에서 더 우려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한일 양국이 걱정하는 부분이 서로 달랐다.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47%)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으나, 일본에서는 이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고(27%) 오히려 ‘사고나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41%)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사고나 범죄’에 대한 우려는 26%로 높지 않았다.

기대와 우려를 종합해보면 한국에서는 월드컵으로 경제가 호전되기를 기대하는 만큼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사건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테러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불안이 확산됐다. 한일 양 국민에게 자국에서 월드컵을 노린 테러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지 물은 결과 한국인의 58%, 일본인의 79%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해 양국 국민 모두 테러에 대한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에서는 월드컵과 관련 ‘사고나 범죄’에 대한 우려와 함께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국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테러에 대해 한일 양국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 양국 국민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한국인의 74%, 일본인의 67%가 월드컵과 관련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테러사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일 양국의 테러사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일 대표팀의 성적은▼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1차전을 통과해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양국 국민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양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예상과 기대로 이어졌다.

한국인의 77%가 한국대표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며 또한 5명 중 1명은 한국팀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팀의 선전에 대한 강한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인들은 72%가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대표팀의 성적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73%, 한국인의 91%가 16강 이상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인 38%는 일본팀이 8강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응답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한국팀보다는 일본팀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었다.

▼한일관계 어떻게 될까▼

월드컵 공동개최로 무엇보다도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을 기대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64%가 월드컵 공동개최로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국에서도 2000년 조사에서는 61%가 그렇게 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8%만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52%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친근감에 대해서는 월드컵 공동개최로 일본사람을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답한 한국인이 41%였고, 59%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에 대해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 46%, ‘그렇지 않을 것’ 46%로 태도가 엇갈렸다.

좋든 싫든 월드컵 공동개최가 어느 정도 한일 양국관계 개선이나 개인적인 친근감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드컵대회 이전 일본 천황의 한국방문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58%가 ‘시기가 이르다’고 반대의사를 밝혔고 ‘찬성’하는 의견도 42% 있었다. 일본에서는 ‘찬성’ 51%, ‘시기가 이르다’ 29%였다. 양국 모두 2000년 조사에 비해 찬성의견이 줄고 반대의견이 늘었다. 이 역시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00년 ‘찬성’ 59%, ‘시기가 이르다’ 39%에서 찬반 결과가 반전됐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와 관련해 양국 관심사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대표 노규형)에 의뢰해 2001년 11월19∼30일 12일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개별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대상자는 지역 및 지역 크기별 층화무작위추출법으로 선정했으며 남자가 986명(49.3%), 여자가 1014명(50.7%)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한국 성인남녀 전체 인구 비율과 같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

▽일본▽

아사히신문 세론조사실이 2001년 11월 25, 26일 이틀 간 전국 2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2단층화무작위추출법으로 선정해 개별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유효 표본수는 2094명이며(응답률 70%) 남자 1002명(47.9%), 여자 1092명(52.1%)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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