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제3통화’로 예금지급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9분


아르헨티나 과도정부가 내년 1월부터 발행할 ‘제3의 통화’ 아르헨티노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로돌포 프리게리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은행 예금을 아르헨티노로 교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프리게리 장관은 “예금 인출시 아르헨티노의 달러당 환율이 1.20아르헨티노라면 1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예금자는 1만2000아르헨티노를 인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페소화의 평가절하 계획은 없다”면서 “달러화 대 페소화의 환율은 1 대 1로 계속 고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현재 현금 대신 유통되고 있는 채권에 이어 은행에 유치된 예금까지 아르헨티노로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아르헨티노로 은행 예금을 교환하는 것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페소화의 평가 절하를 시도하기 위한 사전 단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은행예금 동결조치로 인해 예금 인출이 월 250달러로 제한된 가운데 예금된 돈마저 아르헨티노로 바뀔 경우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프리게리 장관은 또 외환시장 휴장 및 은행 휴업 조치를 내년 1월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프리게리 장관은 “현재 외환보유고가 33억달러에 불과하다”면서 “예금 인출을 우려해 휴업조치를 연장한다”고 말했다. 21일 이후 중단된 외환시장과 은행 업무는 당초 27일부터 재개할 예정이었다.

외신들은 아르헨티나 임시 정부가 밝힌 아르헨티노 발행 계획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국민은 여러 가지 통화 사용에 따른 혼란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은 25일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새로운 통화 도입이 부당하다”며 “아르헨티나 경제의 80%가 달러화에 고정된 페소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체제에 변화를 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집권당인 페론당 당수인 메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집권당 내부의 균열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김성규기자·외신종합연합>mickey@donga.com

▼디폴트와 모라토리엄▼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일까. 아니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할 것일까.

23일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채무지불 중단을 선언하던 날 AFP통신은 ‘사상 최대의 디폴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고 보도해 용어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엄밀히 정의하면 채무자가 선언할 수 있는 것은 모라토리엄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무를 당분간 갚지 않겠다고 한 만큼 지불유예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채무를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디폴트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AFP는 사상 최대의 디폴트라고 보도한 것.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그 주체는 통상 채권자다. 채무자가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을 경우 남은 담보라도 챙기기 위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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