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장갑차 동원 ‘유로貨 수송작전’…내년 전면유통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12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21세기 첫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럽에서는 ‘사상 최대의 평시 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수만명의 병력과 수천대의 장갑차가 동원돼 유럽 12개국 3억여명이 공식화폐로 사용할 유로화를 수송하는 작전이다. 9월부터 시작된 이 작전은 유로화가 전면 통용되는 내년 1월1일 0시를 앞두고 일반 도소매 유통점에 유로화를 나눠주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기 혼란〓유로화 당국인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랜드(유로화 사용 12개국)’는 각종 교육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프랑스 TV 프로그램에서는 프랑화를 유로화로 환산하는 퀴즈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1월1일부터 기존화폐와 유로화 등 2가지 통화로 계산하는 손님들과 점원의 환산 실수, 유로화 동전 부족 등으로 계산대마다 장사진을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연초의 대목과 겹쳐 상점들이 평소의 20배에 달하는 현금을 유로화로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자칫 판매 중단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유로랜드 내의 은행과 대형도매점들은 연말연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갈 생각이나 해당 노조들이 선(先)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자칫하면 연쇄 파업 사태가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로화 배포에 경찰력이 대거 동원됨으로써 민생치안 공백이 우려되기도 한다.

▽전망〓단기적으로 유로권 내에 인플레가 유발될 것이란 우려가 정설이 돼 있다. 벌써 기업과 상점들은 상품가격을 유로화 표기로 바꾸면서 올려 적고 있다. 유로화 환전 경비 및 기존화폐와의 병용 기간에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현금 지급기 및 자판기, 주차 미터기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로랜드 내의 가격 비교가 가능해져 가격 평준화 및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들이 많다. 환전비용과 환리스크 감소에 따른 역내 교역 증가와 성장 견인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것.

또 유로화 사용지역이 중 동부 유럽과 서아프리카까지 확대되고, 유럽연합(EU) 확대에 따른 유로권 팽창으로 유로화가 달러화와 겨룰 수 있는 기축통화의 위치에까지 올라 설 것이란 게 ECB 당국의 기대.

그러나 유로랜드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미국의 GDP에 못미치고 있다. 또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3개국이 유로화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유로화의 조기 정착에 장애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