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의회와 갈등…보수노선에 공화 온건마저 등돌려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4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와의 갈등에다 행정부 내부의 난맥상으로 인해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만 해도 상하원과 행정부를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데 힘입어 자신 있게 국정을 주도해 갔다. 그러나 그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노선을 지향하는 데 반발한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이 5월 공화당을 탈당하면서 상원이 민주당 주도로 넘어간 이후 의회와의 관계가 갈수록 껄끄러워지고 있다.

독립기념일 휴회를 마치고 상원이 9일, 하원이 10일 각각 속개됨에 따라 의회는 이번주부터 환자권리보호법안과 에너지대책법안, 선거자금법안 등 쟁점 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일부 온건파 의원들도 부시 행정부의 보수적 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어 부시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8일 ‘부시 앞에 도사린 더 힘든 싸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2002년 중간 선거가 다가오면서 경합 선거구 출신의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보수적 정책에 동조하거나 온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민주당의 정책에 반대할 경우 재선이 위험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상원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환자권리보호법안이 일부 공화당 의원의 지지로 통과된 것과 하원에서 플로리다주 해안과 5대호에서의 석유 시추를 금지해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 정책에 제동을 건 법안이 통과된 것은 공화당 내부의 이반을 보여주는 사례.

부시 대통령은 환자권리보호법안이 현재의 형태로 하원까지 통과해 백악관으로 이송되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삐걱거리는 것은 행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이날 미국을 기업처럼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던 부시 행정부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갖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지휘 아래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딕 체니 부통령, 폴 오닐 재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이 포진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서 정책을 둘러싼 충돌과 불분명한 업무분장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는 부시 대통령이 각료들이 내린 판단을 자주 번복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행정부가 유연성을 결여하고 있고, 각료들이 그 동안 변화한 세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타임스는 분석했다.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 취임 초엔 부시 행정부가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했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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