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이 지적한 MD체제 문제]기술결함등 약점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24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MD 체제에 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MD 체제에
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 언론은 대체로 ‘미국을 외부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MD 체제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MD 구축 구상에 반대하는 미 언론은 그 근거로 △기술적 결함 △국제사회의 반발에 따른 외교적 갈등과 군비경쟁 초래 △‘불량국가’가 미국에 가하는 위협의 과대포장 등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 결함〓뉴욕타임스는 2일 ‘부시대통령의 핵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라크 북한 등이 수년 내에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MD 체제에 관한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무모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돼 왔다. MD의 모체랄 수 있는 국가미사일 방어(NMD) 체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3차례의 모의 요격실험을 거쳤는데 이 중 2, 3차 실험은 실패였다. 지난해 1월 2차 실험은 요격체가 적외선 센서의 이상으로 목표물을 빗나갔고 7월 3차 실험에서는 요격체가 미사일에서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다.

미 언론은 또 요격체가 실제 목표물인 미사일과 교란장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미사일 전문가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대기권 밖 진공상태에서는 모든 물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므로 요격체가 탄두와 교란장치를 구분하기 힘들며 정교한 교란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요격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외교적 갈등〓워싱턴포스트지는 2일 사설을 통해 “러시아 중국 등 잠재적인 적국은 물론 우방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며 “MD 구축은 국제사회의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USA투데이지도 이날 사설에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이 폐기되면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또 다른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의 MD 체제 구축에 대해 유럽은 기존 다국적 안보협정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전략적 군사적 우위를 굳히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독자적인 행동을 피하고 다른 여러 나라와 폭넓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미 언론은 “미국의 MD 구축이 결국 새로운 군비경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사일 위협의 과장〓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의 통치자들은 미국의 눈을 피해 한 기의 미사일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위협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항구나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언론들이 “부시 대통령이 MD 구축의 근거로 내세우는 ‘불량국가’의 위협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찬성론:베이커 스프링(미사일 방어체제 전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을 천명한 것은 미국이 처한 전략적 환경이 냉전시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 그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불량 국가들의 위협이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오랜 반대로 미국은 현재 미 본토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단 한발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의 우방과 해외주둔 미군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방어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취약점은 냉전시대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과 구 소련은 핵 선제공격이 자살행위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서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구 소련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 당면한 위협은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만을 방어하려는 게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미사일 방어를 구상하고 있다. 따라서 새 미사일방어체제는 지구미사일방어(GMD)로 불리는 게 옳다.

올 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우방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계획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본은 몇 년 전부터 미사일방어체제에 긴밀히 협조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이미 동참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참여 문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한국인과 주한미군 등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뭔가 보호막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은 미사일방어체제가 100% 완벽한 보호막이 되진 않겠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방어 보장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지상 해상 공중에 각각 기반을 둔 미사일방어시스템 가운데 가장 선호되는 것은 해상 요격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이지스 레이더를 갖춘 구축함을 개량하면 되기 때문에 지상 발사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단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에 대처하기에도 적절하다.

부시 대통령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파기 방침을 밝힌 것은 정당하다. 러시아는 구 소련의 계승국이 아니며 ABM 협정은 협정 조인국인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효력을 상실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략 핵무기 감축 등 미군의 구조재편 방침을 천명한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공격용과 방어용 무기의 구성 등에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론 방어용 무기가 공격용 무기보다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정리〓한기흥워싱턴특파원>eligius@donga.com

▼반대론:이반 사프란추크(러시아 정치연구센터 팀장)▼

미국이 현실성 없는 위협을 구실로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현재의 힘의 균형을 깰 뿐이다. 러시아가 미국의 MD 구축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세계 안보 문제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MD 구축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잠재적인 ‘핵(核) 라이벌’,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MD 구축으로 군비경쟁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승리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여건이나 기술력으로 볼 때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MD 구축을 위해 1972년 구 소련과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시사한 것도 형식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협정의 기본 취지는 군비경쟁을 막자는 것이며 이는 현재도 필요하다. 러시아도 개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서 고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최종 결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러시아와의 합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김기현모스크바특파원>kimkihy@donga.com

▼반대론:판지서(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은 군사적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을 억지해온 것은 다자간의 군사적 균형이었다. 특히 소수의 국가들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대규모 전쟁의 발발을 막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대량 살상무기로 인해 서로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쟁 억지력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MD 체제가 구축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 갖춘 나라는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이를 구축하지 않은 나라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으로부터 언제든 공격은 받을 수 있되 반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MD 구상은 미국 한 나라의 안전만 보장할 뿐만 다른 나라의 불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더욱이 이를 개발하는 데는 첨단기술과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초경제대국이 아니고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MD가 패권주의에 기반한 발상이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MD는 필연적으로 강대국간의 군비경쟁을 재연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는 ‘ 황제’ 아래 ‘번국(藩國)’으로 만족할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MD 추진은 발전과 안정이라는 세계적 대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리〓이종환베이징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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