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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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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찬반 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마냥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지켜나갈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미국의 NMD 계획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요격시스템을 갖춰 미국 본토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NMD는 중·단거리 미사일로부터 해외배치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와 달리 한국이 당장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NMD 장기계획에 따르면 미사일의 속도 방향 궤적 등을 추적하는 고주파 레이더인 지상배치레이더(GBR) 설치대상 장소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은 GBR를 △1단계로 2007년까지 알류산열도에 1기 △2단계로 알래스카 영국 그린란드에 3기 △3단계로 2015년까지 미 본토 3곳과 하와이 한국 등에 5기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가 NMD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거나 계획을 수정해 한국내 GBR 배치를 앞당길 경우 한국은 머지않은 시기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NMD 강행을 발표하면서 다국 차원의 MD체제를 선언한 것은 동맹과 우방국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어서 한국과 같은 약소국의 입장에선 ‘강요’나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곤욕을 치렀다. 부시대통령이 이번에 ‘ABM조약 무용론’을 제기해 사실상 ABM조약 파기를 공언함에 따라 한국은 더욱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ABM조약의 파기를 둘러싼 미―러 간의 논란이 격화되면 한국은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빠지는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의 국가안보전략 및 외교적 선택의 폭을 극히 제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