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위층 부패 '함정뇌물'로 드러났다

  • 입력 2001년 3월 14일 23시 14분


인도의 장관 군장성 정치인 등이 몰래카메라까지 동원된 언론사의 ‘뇌물 함정취재’에 걸려 사퇴하거나 사퇴 위기에 몰려 정국이 ‘뇌물 파문’으로 뒤숭숭하다.

제1당인 인민당(BJP)의 방가루 라흐만 당수는 13일 사퇴했으며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장관을 비롯해 34명의 군 고위 간부들은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라흐만 당수는 ‘웨스트 엔드’라는 가공의 영국 군수회사 직원으로 가장한 인터넷 뉴스사이트 ‘테헬카 닷컴(tehelka.com)’ 기자 2명의 허위 뇌물 공세에 넘어갔다.

기자들은 87만달러 상당의 적외선 망원경 군납을 청탁하면서 10만루피(약 270만원)를 라흐만 당수에게 제공했다. 또 페르난데스 국방장관과 군 고위간부들은 계약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별 의심 없이 돈을 받았고 이 장면은 몰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12일 공개됐다.

브리그 아닐 세갈 국방부 국장은 위장한 기자에게 “장관은 얼마를 받았느냐”고 물어본 뒤 “나는 액수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돈을 챙겼다.

라흐만 당수는 뇌물수수가 폭로된 직후 혐의 사실을 부인하다 결국 “나는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변명을 남긴 뒤 사표를 냈다. 그는 인도의 1억6000만명에 달하는 최하층 천민들을 대표하는 인민당 당수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는 13일 긴급 각료회의를 갖고 의회에 나가 자신도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야당으로부터 ‘도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테헬카 닷컴측은 “군납의 부패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위장 취재의 경위를 해명했으나 부정직한 취재방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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