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살아난다]민영화-감세 꾸준히 추진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41분


“구대륙 유럽이 신경제를 이끄는 신대륙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최근 유럽경제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유럽의 발빠른 변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도 “그동안 미국에 뒤졌던 유럽연합(EU)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기업부담 줄여 경쟁력 키위▼

실제로 EU 회원국들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경제의 대안으로 유럽이 세계 경제를 이끌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17일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서방선진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서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비스코 재무장관은 “올해 세계경제에서 건실한 지역은 단 한곳, 바로 유럽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같은 유럽의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유럽은 과거엔 ‘사회복지’를 가장 우선시하는 바람에 기업의 조세 부담이 엄청나게 컸고 정부의 규제도 강해 대표적인 고비용 저생산성의 경제시스템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유럽은 1990년대 들어 국영기업의 민영화, 기업 매각, 공장 폐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조세를 감면하고 다양한 경제모델을 실험하는 등 신축성과 자생력을 키워 왔다. EU 회원국들은 현재 전기 정보통신 등 기간산업에 대한 독점화정책에서 기업공개를 통한 경쟁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노동자 세금감면 임금상승▼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이후 지금까지 영국항공(BA) 영국석유(BP) 등 40여개 공기업을 매각하고 정부업무의 민영화,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 등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81년부터 연평균 2.9%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오고 있다. 올 들어서도 1월 중 물가상승률이 76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인 1.8%를 기록해 미국의 경기둔화에도 끄떡 없는 강한 체질임을 입증했다.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정권도 세계적 대세인 신자유주의를 수용해 소리 없이 경제혁명을 수행 중이다. 집권 이후 아에로스파시알 프랑스텔레콤 등 37조원에 달하는 20여개 국영기업의 정부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또 경기호황으로 800억프랑(14조4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히자 지난해 8월 법인소득누진세와 자동차세를 폐지하고 중하류층 임금노동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등의 감세조치로 임금상승 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미수출 의존도 2.3% 불과▼

감세정책과 세제개혁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독일로 2년 전 발표한 대대적인 세제개혁안에 따라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 세율을 종전 40%에서 25%로 내렸다. 또 은행과 기업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할 때 내야 하는 50%의 자본소득세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일 기업들은 올해부터 5년간 250억달러의 세금을 절감하게 됐으며 소득세율도 크게 내려 독일 샐러리맨들의 봉급 봉투가 보다 두툼해지게 됐다.

유로(Euro) 가맹 12개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3%에 불과해 미국경제가 침체되더라도 유럽이 받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분석도 유럽인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있다.

영국의 미국계 증권회사 베어 슈테른의 경제분석가 존 스튜머는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미국(나스닥)과 일본(닛케이)의 주가변동률이 각각 22.6%, 37.6%인 데 비해 유럽은 7∼13%로 비교적 안정적이란 점도 유럽경제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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