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승자와 패자의 변]"화해와 대통합으로"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2분


《미국의 43대 대통령 당선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13일 밤(현지시간) 텍사스주하원 의사당을 가득 메운 주의회 의원과 선거참모, 지지자 등이 보내는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당선연설을 했다. 1시간 전 앨 고어 부통령은 집무실에서 아내 티퍼 여사와 4명의 자녀, 러닝 메이트인 조지프 리버맨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패배를 시인했다. 승패가 갈린 두 사람의 연설 분위기는 달랐지만 두 사람은 ‘미국은 하나’란 점을 똑같이 강조했다. 부시 당선자는 “민주, 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면서 “이제 의견 차이를 접고 미국을 새로운 기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연설 요지. 》

▼부시 "이젠 화해와 대통합으로"▼

우선 미국에 감사한다. 고어 부통령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또 우리가 선거과정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한다.

연설 장소를 이곳 하원 의사당으로 잡은 것은 이유가 있다. 이곳은 공화, 민주당이 당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조해온 곳이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이 의사당에서 양당 의원들은 시민을 위해 협조했다. 우리는 의견이 달랐지만 건설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경험을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인은 희망과 목표, 가치 등 정치적인 견해 차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의견이 달랐지만 희망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미국이 화해와 대통합을 통해 앞으로 전진하기를 유권자들이 바라고 있다는 점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중 양당은 세부공약 등에서 다른 점이 많았다. 그러나 양측은 교육 사회보장 의료 감세와 군사력 강화 등 중요한 과제에 대해 상당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우리는 차이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먼저 미국을 새로운 기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공감대를 찾아야 할 때다. 나는 낙관적이다. 우리의 미래는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밤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시민 여러분이 서로 존중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 관용을 베풀고 나아가 문제를 풀기 위해 함께 열심히 일해줄 것을 호소한다.

나는 미국이 분리될 수 없는, 한 나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신이 도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을 모든 시민이 ‘아메리칸 드림’에 접근할 수 있는 개방사회로 만들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그 꿈을 실현시킬 열쇠를 갖게 될 것이다. 다양함 속에서 미국은 하나로 통합되고 인종과 당파를 넘어서 가치를 공유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한 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하라며 나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인종과 배경을 넘어선 모든 시민의 대통령이다.

나는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처럼 원리에 입각해 적절한 방식으로 자유와 조화라는 대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의무이며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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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판결 동의않지만 수용"▼

방금 부시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의 4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했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이번에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만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성된 국론분열을 치유하는 일에 나서자고 제의했다.

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겠다. 앞으로 미국인의 단합과 미국 민주주의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양보를 선언한다. 아울러 새 대통령 당선자를 존중하고 그가 미국을 단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

지난달 7일 고어―리버맨에게 표를 던졌던 5000만 유권자들이 이번 판결에 실망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실망스럽다. 그러나 우리의 실망은 미국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돼야 한다.

또 세계 각 국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개표 과정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해서 미국이 약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우리와 뜻을 함께 했던 모든 사람에게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할 것을 촉구한다. 도전할 때는 맹렬히 싸우지만 일단 결과가 나오면 단결하고 화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다.

<정리〓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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