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대법 표정]"집계마감 적법"-"手재검표 연장"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33분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판 진검승부를 벌인다.

수작업 재검표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날 열리는 주 대법원의 심리와 판결은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비화된 이번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결정중의 하나.

따라서 공화당의 마이클 카빈 변호사와 민주당의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가 이끄는 양당 변호인단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 필승의 논거를 제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당은 물론 미국인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심리는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4시)부터 2시간에 걸쳐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1시간씩 수작업 재검표에 관한 입장을 개진한다.

대법원은 심리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양측의 법정 공방을 일반에 공개키로 하고 추첨을 통해 28명의 보도진에 좌석을 배정했다. 미 TV 방송사들은 법정에 설치되는 카메라를 공동 활용해 역사적인 심리를 생중계할 예정이다.재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던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공화당과의 연계성을 부인하며 별도의 진술기회를 부여해줄 것을 19일 대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 당했다. 이에 따라 해리스 장관은 공화당에 할당된 시간의 일부를 이용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음은 양당이 제출한 변론 요지.》

▽공화당〓플로리다주 선거법은 선거일로부터 1주일 뒤에 주정부가 각 카운티의 개표결과 집계를 마감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으므로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이에 따라 개표보고 마감시한인 14일 오후 5시 이후 접수되는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적법하다. 만약 해리스 장관이 이를 인정했다면 오히려 위법을 저지른 것이 된다.

수작업 재검표를 원하는 카운티들은 이 기간 안에 작업을 마쳤어야 했다. 이것이 어려울 것 같으면 아예 재검표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 모든 카운티가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팜비치카운티 등 3개 카운티에 대해서만 수작업 재검표를 허용하는 것은 명백히 민주당에 유리한 편파적인 조치다. 선택적으로 몇몇 카운티에 대해서만 재검표를 실시하는 것은 연방 헌법의 평등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게다가 수작업 재검표는 부정확하고 오류와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으므로 현재 진행중인 수작업 재검표를 모두 중단시키고 이를 최종 개표결과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 만큼 유권자들의 선택을 정확히 헤아리는 것이 개표 마감시한에 집착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작업 재검표는 여러 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돼 왔다.

해리스 장관이 개표마감 시한 이후 진행되는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률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더욱이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선거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해리스 장관의 결정은 민주당에 유리한 수작업 재검표의 결과를 최종 개표결과에 반영시키지 않으려는 것으로 공정성을 결여하고 있다. 그의 결정은 선거 주무장관으로서의 건전한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다. 공정한 개표를 위해선 최종 개표결과 집계를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수작업 재검표 결과는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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