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大選혼전에 승복한 닉슨은 애국자"… 뉴욕타임스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극도의 혼전 양상을 보이자 비슷한 상황이던 1960년 대선 직후 패배를 선언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미국인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나라를 혼란에서 구한 닉슨이 애국자였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올해 대선과 60년 대선은 경제 호황을 이끈 집권당의 부통령(올해는 민주당의 고어 후보, 60년에는 공화당 닉슨 후보)과 카리스마를 앞세운 경쟁자(올해는 조지 W 부시 후보, 60년에는 존 F 케네디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는 점에서 똑같다.

당시 닉슨 부통령은 전체 득표의 0.2% 수준인 11만여표 차이로 케네디 후보에게 뒤졌다. 이번 대선의 표차는 약 1%로 잠정 집계됐다. 60년에도 간발의 표차가 난 일리노이주(투표인단 22석)와 텍사스주(32석)에서 선거 부정 시비가 있었다. 그러나 닉슨은 재검표를 촉구하는 측근들에게 “그렇게 되면 나라가 갈라진다”며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닉슨 부통령은 측근들이 들끓자 팜비치로 여행을 떠났으며 거기서 케네디 후보의 부친과 절친했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의 중재 전화를 받고 케네디 후보와 만나 재검표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닉슨은 회고록에서 “내가 재검표를 요구해 선거 부정이 드러났더라도 결국 케네디가 당선됐다면 내게는 ‘치사한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라며 “이후의 내 정치 생명도 끝났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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