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수출 결제에 유로 요구

  • 입력 2000년 10월 28일 16시 20분


유엔은 이라크가 다음달 1일부터 석유 수출 대금을 달러 대신 유로로 받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결제 화폐의 전환을 연기할 것을 이라크에 요구했다.

이라크 석유 수출 결제 계좌를 갖고 있는 유엔은 27일 이라크의 요구를 일단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제화폐 전환은 환전이나 이자등에서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들어 결국은 이라크의 인도적 분야에 대한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재무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위원회와 유엔 사무총장실은 비용이나 기술적인 문제점들 때문에 이라크의 요구를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의 조지프 코너 재무부장은 이라크의 사에드 하산 유엔주재 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라크 석유 수출과 관련한 유로화 결제 계좌 개설은 세부적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끝날 때까지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지난 12일 뉴욕의 프랑스계 은행인 BNP은행에 있는 유엔의 이라크 석유수출 관련 특별계좌를 유로화 표시 계좌로 바꿔주지 않으면 원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루 220만 배럴에 이르는 이라크의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 국제 석유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헤크마트 이브라힘 알-아자위 이라크 재무장관도 지난달 "달러화는 적국의 화폐"라면서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화폐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에 대해 유엔이 이라크 석유수출 계좌를 유로화 표시 계좌로 바꾸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외교 소식통들도 이라크의 제안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유엔은 이라크가 유엔의 '식량을 위한 석유' 프로그램에 따라 수출하는 석유 대금을 뉴욕의 BNP은행의 제3자 위탁계좌로 입금받고 있다. 유엔은 이라크가 지난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이라크가 식량등 인도적인 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정량의 석유는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엔이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는 자국의 석유 수출 가격을 달러화로 계속 매길 것이기 때문에 유로화로 수출 대금을 받을 경우 배럴당 10센트 정도의 환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유로화 표시 계좌는 달러화 계좌보다 금리가 2% 포인트 정도 낮기 때문에 100억달러를 예치했을 때 연간 1억8천500만달러의 손해를 본다.

[유엔본부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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