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수성가 거부 베링, 박물관에 880억 쾌척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부동산 사업으로 거부(巨富)가 된 미국의 케네스 베링(72)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산하 미국사 박물관에 8000만달러(약 880억원)를 쾌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154년 역사상 개인이 기부한 돈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다. 베링은 97년에도 스미스소니언의 자연사박물관에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그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거액을 거푸 기부하는 것은 자신이 이룬 ‘아메리칸 드림’을 다른 미국인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에서다.

위스콘신주의 궁벽한 농촌 출신인 베링은 온가족이 땀흘려 농사를 지어야 간신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14세 때 직접 돈벌이에 나섰고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위스콘신대)도 학자금을 제때 마련할 수 없어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고향에서 중고차 매매일을 시작해 돈을 모은 다음 60년대에 부동산 사업에 나섰고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주 등에 대단위 주택단지와 골프장 등을 개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이를 바탕으로 88년 아메리칸 풋볼팀인 시애틀 시호크스를 사들여 구단주를 맡기도 했으며 97년에 매각했다.

포브스 잡지는 98년 그의 재산 규모를 4억9500만달러(약 5445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는 스미스소니언에 대한 기부 의사를 밝힌 뒤 “가족이 쓸 만큼의 돈만 있으면 만족하며 나머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의무로 여기고 있다”고 ‘봉사하는 삶’의 즐거움을 말했다. 그는 이어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며 관람객이 미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부푼다면 더 없이 행복하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미국의 자랑인 스미스소니언에 대한 그의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하지만 몇년 전 그는 구 소련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산양을 사냥해 기증하려다 동물보호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스미스소니언은 베링이 이번에 기부한 거액의 일부로 조지 워싱턴에서부터 빌 클린턴에 이르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에 관한 자료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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