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화제]김정일-푸틴의 닮은점-다른점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9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19일 평양에서 만난 두 정상은 최근 서방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뉴스메이커’다. 5월 취임한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면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정면 대응, 연일 외신면을 장식하고 있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위원장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제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두 지도자는 북한과 러시아라는 사회주의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같다. 김위원장은 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푸틴도 ‘차르(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각각 김일성(金日成)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점도 닮은 점. 하지만 김위원장은 부자 세습이었고, 푸틴은 정식으로 대통령선거를 거쳤다는 점이 다르다.

‘깜짝쇼’에 능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위원장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에 직접 나타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영접,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틴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이던 3월20일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인근의 러시아 공군기지까지 전폭기 수호이 27기를 직접 조종, 서방 언론은 물론 러시아인들까지 놀라게 했다. 그는 체첸전에 참전중인 러시아 군인들을 격려한 뒤 수호이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다.

두 권력자가 ‘깜짝쇼’에 능하다는 것은 ‘감동(感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해 온 사회주의 통치기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사람 다 두뇌회전은 빠르지만 성격은 대조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 김위원장이 영화와 예술을 좋아하며 포도주를 즐기는 감성적 성격이라면, 푸틴은 유도와 사격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며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이성적 성격이다.

김위원장과 만났던 김대통령은 17일 “김위원장은 냉정한 이론가라기보다는 예리한 성격의 감수성이 매우 강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포커 페이스’ ‘터미네이터’ 등으로 불린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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