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부는 '반미 열풍'…미군범죄로 여론악화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5분


오키나와를 찾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다. G8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지의 반미감정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반미감정은 뿌리가 깊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기 직전 미군은 오키나와를 집중폭격했다. 오키나와인들은 이를 ‘철의 폭풍’이라고 부른다. 일본군과 미군, 주민 등 23만여명이 숨졌다. 이 중 양측 군인보다 더 많은 14만여명이 민간인 희생자다.

오키나와 면적은 일본 전체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미군기지는 75%가 몰려 있다. 실업률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가장 높고 평균소득은 가장 낮다.

뿌리가 깊은 오키나와 주민의 반미감정을 부채질하는 사건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3일 후텐마(普天間)공군기지 소속 미 해병이 술에 취해 한 아파트에 침입해 여중생을 강제추행했다. 9일에는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의 하사관이 뺑소니사고를 일으켰다.

사고가 계속되자 미군 사령관이 처음으로 이나미네 게이치(稻嶺惠一)지사를 찾아가 사과하고 미군의 심야외출과 음주를 금지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도 폴리 주일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5일에는 주민 7000여명이 모여 미군범죄를 규탄하는 현민총궐기대회까지 열었다.

미국 대통령의 오키나와 방문은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40년 만이며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1972년 이후에는 처음. 클린턴 대통령은 주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평화의 초석’ 앞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반미데모나 비정부기구(NGO) 등의 시위를 막기 위해 2만여명이 넘는 경찰을 동원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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