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활용 보고서 전수점검
2020∼작년 3536건중 237건 발견
적발된 민간시설 93% 아파트 단지
“민간 점검업체 역량 검증 시급”
지난해 7월 16일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이 깔려 있다. 40대 운전자는 숨졌다. 해당 옹벽은 사고 전 정밀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으나, 조사 결과 보고서에 예전 사진을 재사용하는 등 부실 점검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해 경남 창원시 NC 다이노스 홈구장(창원NC파크)과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옹벽에서 시설물이 붕괴해 사망 사고가 나기 전, 안전점검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에 과거 사진이 ‘재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안전점검 보고서에 복제 이미지가 사용된 사례는 최근 6년간 237건에 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안전관리원에 제출된 정밀안전점검 및 진단 보고서 3536건 중 237건(6.7%)에서 점검 사진 등을 재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보고서에는 시설물 전경과 내·외부 사진, 점검 현장 사진을 담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이전 점검 때 촬영한 것과 동일했던 것이다.
시설물안전법상 규모가 크거나 많은 이가 이용하는 1·2·3종 시설물은 안전등급에 따라 1∼4년에 한 번 정밀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점검은 보통 민간 업체에 용역을 맡겨 이뤄지는데, 점검이 불성실하면 등록 취소나 1년 이하 영업정지,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그런데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해 각 1명이 사망한 창원NC파크와 오산 옹벽 사고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보고서 내 일부 사진이 과거의 것과 똑같은 점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024년부터 2년간 제출된 보고서를 전수 점검했고, 125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이후 거짓 작성 빈도가 높았던 점검업체 32곳의 2020∼2023년 보고서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 112건이 추가로 적발됐다.
공공시설물 중에는 2023년 고속철도(KTX) 터널 교량 110곳을 점검한 보고서가 가장 심각하다고 국토관리연구원은 평가했다. 6곳에서 사진 재탕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밖에 경북 영천시 금호대교와 장항선(아산∼군산) 등 주요 공공시설 14건이 적발됐다. 민간 시설의 경우 적발된 111곳 중 103곳(92.8%)이 아파트 단지였다. 8곳은 교회와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재 안전에 이상 없음을 확인했고, 용역사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산시와 창원시설공단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2024년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등 안전점검 부실이 대형 인명 피해로 직결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점검 업체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평가 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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