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에 우주산업 질수 없다"… 경제위기속 투자 지속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12분


‘냉전에서는 졌지만 우주산업에서는 미국에 질 수 없다.’

러시아가 12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핵심모듈인 ‘즈베즈다(별)’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은 구 소련 붕괴후 국내 경제가 줄곧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우주산업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국가채무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 1997년에도 극동지역의 스보보드니에 6억달러(약 6600억원)를 들여 우주기지를 만들고 상업용과 군사용 위성 발사 계획을 추진했다. 러시아우주국(RSA)은 러시아 우주산업의 상징인 우주정거장 ‘미르’의 수명 연장을 위해 애써왔다. 1985년 발사돼 당초 1999년까지만 운용되기로 했던 미르는 이같은 노력으로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냉전 후 러시아가 우주개발을 ‘산업’ 차원에서 인식하고 재빨리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데 힘입은 것이다. RSA는 올해초 미르를 관광과 상업용도로 민간에 개방, 최근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한테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받고 내년중 우주관광을 시켜주기로 했다. 우주실험을 원하는 생명공학회사들에도 미르를 개방했다. 물론 RSA가 냉전 시절 쌓아올린 첨단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구 소련은 당시 미국보다 10배나 많은 액체연료엔진을 개발해놓았다. 성능이 서방 엔진보다 월등히 좋아 미국 등 서방의 우주회사는 발사체 엔진 등을 선택할 때 러시아제를 선호한다.

예브게니 바자노프 러시아 외교 아카데미 부원장은 이같은 러시아 우주산업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근 “앞으로 15년 내에 러시아는 세계 우주산업을 주름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