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반등]"바닥치고 상승세로" 낙관론 우세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블랙 프라이데이(14일)’는 미처 예기치 못한 때에 뉴욕 증시를 덮쳤다. 이는 아시아의‘블랙 먼데이(16일)’로 이어졌으나 우려했던 미국의 ‘블랙 먼데이’는 오지 않았다. 과연 ‘블랙 데이’는 뉴욕 증시를 비켜간 것일까.

14일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던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7일 기록적으로 상승하는 등 뉴욕 증시가 급반등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증시와 경제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치는 미국의 주가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선 17일 상승세로 마감한 뉴욕 증시를 좀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1·4분기(1∼3월) 수익이 당초 예상치를 상회한 시스코시스템스 등 일부 대형 기술주들이 상승을 주도했으나 실제로는 가격이 떨어진 종목이 더 많았다.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 리가토시스템 등의 인터넷 관련 종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많은 종목이 하루종일 급등락을 거듭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가 돼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수 산정 대상인 30개 종목 중 21개가 상승하고 9개가 하락했으나 상승종목 중 9개는 주당 상승폭이 1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고 있다. 사상 최장기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 경제의 토대가 튼튼하고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주가가 이 정도 선에서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이 대세가 된다는 견해다.

DL & J사의 수석 증시분석가인 토머스 갤빈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지난 금요일의 주가 대폭락으로 저가주가 늘어난 것을 들며 자신이 제시하는 모범 포트폴리오 중 15%를 차지하던 채권을 매각하는 대신에 주식의 비중을 80%에서 90%로 늘리고, 현금 비중도 5%에서 10%로 늘릴 것을 권장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토머스 맥마너스도 투자시 주식의 비중을 75%에서 80%로 올리고 채권의 비중은 25%에서 20%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그는 “주가 하락으로 저점 매수세가 형성된 구경제 종목들의 상승이 신경제에 속하는 기술주들의 하락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인터넷 관련주의 거품이 아직 걷히지 않은 점을 들어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퍼스트 유니온사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라오 찰라사니는 “증거금을 내고 신용거래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주식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증권브로커들로부터 주식매도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경제부장인 빌 사포리토는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증시의 등락은 결코 끝난 게 아니다”고 강조하고 “바닥세가 어디쯤인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V자 형태로 급격히 반등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나스닥지수가 5,048.6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불과 한달여 만인 14일 3,3321.29까지 폭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투자자들은 17일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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