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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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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5일 ‘회상과 화해-과거 교회의 범죄’라는 공식문건을 공개하고 십자군 원정 등가톨릭이 주도한 역사적 사건의 과정에서 무고한 이들이 희생됐음을 인정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과오들은 종교사학자들에 의해서는 지적된 적이 있지만 교황청이 직접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교황청이 공개한 과오의 내용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유대인들이 예수가 처형되도록 했다는 이유로 증오해왔다. 이 때문에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학살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1095년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칙령에 따라 시작된 십자군 원정으로 많은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이 학살당했다. 십자군 원정은 ‘성지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무역로 확보를 노리는 베네치아 상인들의 불순한 동기와 결탁했다. 십자군 원정으로 숱한 이슬람교도들이 숨졌으며 가톨릭교에 대한 반감만 키워놓았다.
△1493년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신대륙에 대한 정복활동을 옹호했다. 정복자들은 선교의 명분을 걸고 원주민 학살극을 벌였으며 교회는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중세교회의 고문형도 큰 과오였다.
이에 따라 십자군 원정 등과 관련된 종교사의 내용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는 ‘거대한 참회’를 통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외신은 풀이했다.
교황청은 피해를 본 유대인 이슬람권 등과 화해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공식적으로 과오를 인정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