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印尼대통령, 東티모르 방문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10분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9일 동티모르를 방문, 75년 무력점령 이후 인도네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죄했다.

지난해 7월 유엔 감시하에 치러진 동티모르 주민 자치투표 결과 동티모르 독립이 결정된 이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동티모르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와히드 대통령은 수도 딜리에서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노벨평화상 수상자 호세 라모스 호르타 등 동티모르 지도자들과 만나 과거 인도네시아군과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가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사과했다.

와히드는 동티모르지도자들과 △인권조사 △우편 통신 △국경문제 △동티모르관련 기록반환 등에 관해 폭넓게 협력한다는 11개항에 합의했다. 양측은 또 인도네시아 대표부를 딜리에 개설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3시간에 걸친 와히드의 동티모르 방문에 대해 외신들은 “피로 얼룩진 동티모르와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화해의 뜻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오후 1시경 무장한 유엔평화유지군의 엄중한 경호 속에 딜리 공항에 도착한 와히드는 1만2000명의 환영 인파가 나온 가운데 구스마오의 영접을 받았다. 구스마오는 앞을 거의 못보는 와히드의 손을 잡고 안내했다.

구스마오는 환영사를 통해 “평화와 정의, 민주주의란 가치를 존중하는 와히드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민주주의를 회복함으로써 앞으로 동티모르와 원만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와히드 대통령이 딜리 시내로 들어가는 도중 25년간 무력점령을 한 채 만행을 저질렀던 인도네시아에 반감을 가진 4000여명의 주민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주민들이 와히드가 탑승한 차량을 향해 뛰어들자 경비를 맡고 있던 동티모르 과도행정기구 요원들이 공포탄을 쏘아 저지하기도 했으나 큰 불상사는 없었다.

와히드는 동티모르 지도자들과 회동을 끝낸 뒤 91년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학살당한 대학생 200여명이 묻혀 있는 산타크루스 묘역을 방문, 헌화했다. 이어 동티모르에서 숨진 인도네시아군 묘역에 헌화한 다음 역사적인 동티모르 방문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