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군유해 400구 조건없는 송환 제의

  • 입력 2000년 1월 29일 10시 58분


북한은 한국전 당시 사망한 미군으로 추정되는 400구 이상의 시신을 발견, 이를 아무런 조건없이 미국측에 송환할 것임을 제의했다고 유엔북한대표부 이근(李根) 차석대표가 28일 밝혔다.

이 차석대표는 이날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해 12월과 올 1월에걸쳐 미군 유해가 발견된 지역이 농경지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 정부는이번 제의에 대해 조속히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문제 담당 래리 그리어 대변인은북한이 이번 주 미군 유해 발견사실을 국방부에 통보해 왔다고 확인한 뒤 "북한측에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변인은 지금까지 미군 유해들은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필요한 인류학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미 국방부는 전쟁 유해의 일방적인 송환을 경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석대표는 북한은 지금까지 약 415구의 유해를 발견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유해들이 발굴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해가 발견된 지역은 평양의 북쪽 지역으로 이 지역은 현재 농경지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중 실종자로 처리된 미군은 약 8천200명이며 미 국방부는 수천명의 유해를 북한지역에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북한과 미국의 공동 발굴작업 결과, 단지 42구의 유해만이발견됐으며, 올해의 공동 발굴작업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은 북한이 아동의류 제조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자재와 장비의 지원을 미국에 요청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 결렬됐다.

이에 앞서 유엔 북한대표부는 지난 26일 `불도저를 통한 발굴작업을 통해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몇몇 미국 참전군인 단체에 발송했다.

북한 대표부는 당시 서한에서 농지전환 작업이 종료돼가고 있으며 유해발굴지를계속 보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발굴작업이 계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밝혔다. 그러나 서한은 `400구'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전 당시 ‘장진호(長津湖) 전투’ 생존자인 프랭크 메터스키는 28일북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일이 유해 송환을 조건으로 미 국방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도록 하려는 북한의 음모라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유해보상금을 지불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차석대표는 북한이 유해발굴작업에 협력한 대가로 아동의류 제조공장 건설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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