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체코교회 584년만에 화해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로마 가톨릭 교회와 체코 교회가 584년만에 화해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8일 체코의 종교개혁가 얀 후스가 1415년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교황은 2000년 대희년 경축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얀 후스 재조명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후스에 가해진 잔인한 죽음과 그로 인한 기독교인들의 분열과 갈등으로 보헤미아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교황 자신이 소집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첫번째 대희년 기념행사였다. 교황은 내년중에 기독교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파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의 젊은 사제로서 부패한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후스가 화형당한 뒤 체코의 기독교는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열됐다.

후스는 체코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1918년 체코가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한 직후 그의 동상이 프라하 구시가 중앙광장에 세워졌다. 공산정권시절에는 빈민들의 수호자로서 추앙을 받았다.

교황은 90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에게 후스를 두 번째 밀레니엄 말에 재평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교황의 이날 발언은 체코 교회사 전문 역사학자들의 6년에 걸친 연구 작업끝에 나온 성과. 그러나 후스의 주장중에 가톨릭교리와 대립되는 부분이 있어 복권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19일 체코 전국의 교회들은 가톨릭과 후스의 화해를 축하하기 위해 일제히 기념행사를 가졌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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