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두 전감사위원, 퇴임후 산골암자서 참선수행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9시 46분


“평생 지은 업(業)이 많아 업보를 씻으러 떠난다.”

지난달 22일 퇴임한 감사원의 신상두(申相斗)전감사위원이 퇴임 직후 홀연히 ‘속세를 떠나’ 산골 암자에 홀로 칩거하며 참선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신전위원은 퇴임 다음날 서울 양재동의 한 절에서 수계식(受戒式·불가의 계율을 받는 의식)을 가진 뒤 곧바로 경남 함안 인근의 암자에 들어가 독거(獨居)하고 있다. 감사원 불자회 소속의 한 감사관은 “그분은 평소 가까웠던 일부 사람에게 ‘3년 뒤에 보자’면서 위치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채 떠났다”고 전했다.

65년 군법무관으로 시작, 창원지검장까지 30년간 검사생활을 한 그는 95년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사에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성격도 괄괄한데다가 술이라면 적수가 없을 정도로 두주불사형. 이런 ‘만년검사’의 풍모 때문에 직원들은 그의 퇴임 후 변호사개업을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그는 평소 화엄경 반야심경 등 불경을 끼고 살다시피하며 ‘현실의 법’보다 ‘불법(佛法)’을 가까이해온 불자였다. 그는 퇴임 몇달 전부터 좋아하던 술도 끊고 고기는 물론 맵고 짠 음식을 삼가며 생식(生食)을 하는 등 조용히 ‘암자행’을 준비했다고.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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